10개월째 결론 못내…경찰 "서류만 6천쪽에 확인할 것 많아"

충북 영동군이 관광지 조성 과정에서 '벼락 맞은 천년 느티나무' 등 조경수를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구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하고 있다.

영동 '조경수 비리 의혹' 수사 장기화…지역사회 피로감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사건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일부는 피로감도 호소하고 있다.

6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4월 영동군은 영동읍 매천리 일대의 레인보우 힐링 관광지 사업과 관련, 조경수와 조경석 매입을 추진한다.

당시 군은 경북 김천의 한 조경수 판매업자로부터 벼락 맞은 천년 느티나무 등 조경수 5그루를 1차 감정평가를 거쳐 1억1천900만원에 매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경업자가 30억원을 요구하자 2차 감정평가를 진행했고, 이듬해 4월 이들 나무를 포함한 100여그루와 조경석을 20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두 달 뒤에는 대금 일부인 9억9천만원을 조경업자에게 건넸다.

지역 사회에서 구매 경위를 놓고 논란이 일었고, 영동군은 자체감사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자 영동군이 2021년 7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1차 감정평가 때 느티나무 1그루의 가격(4천550만원)이 2차 감정평가에서 산출 근거도 없이 4억원으로 껑충 뛰는 등 조경수 가격이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업자에게 지급한 대금도 의회 사전 승인을 거치지 않았고 오히려 예산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확보했다고도 했다.

이후 감사원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 자료를 넘겨받은 경찰은 지난해 10월 사업 부서인 힐링사업소를 압수수색하고 책임자였던 팀장 A씨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결재라인의 가장 윗선에 있던 박세복 전 군수도 지난 4월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A씨와 박 전 군수를 포함, 이 사건과 관련해 30명 가까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거래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이 오간 정황이나 업무상 배임죄를 물을 정도의 고의성이 있었는지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지금까지 결론을 못 내고 있다.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지역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영동군 공무원 및 군의원 등 700여명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충북경찰청에 제출했고, 시민단체는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한 인사는 "지역 민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경찰이 서둘러 결론을 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서류가 6천쪽에 달할 정도이고 사건 성격상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매우 많은 데다 관내 다른 굵직한 사건들도 처리해야 해 수사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주요 피의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우선 마무리하고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