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태어난 곳에서 죽는다… 그것이야 말로 낙관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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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박선우의 탐나는 책
김금희, 『식물적 낙관』, 문학동네, 2023
김금희, 『식물적 낙관』, 문학동네, 2023


김금희 소설가의 『식물적 낙관』에서 이러한 대목을 읽었을 때 나는 지금껏 주변의 식물들에 내 사유와 감정을 투영하여 일종의 연민이랄까 대상화를 자연스레 해오지 않았나 싶었다. “그들의 아름다움이 유지되고 생장이 계속되는 이유를 내가 다 알지 못”(151쪽)하면서 지극히 주관적이고 협소한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재단하고 서사화했던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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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후 나는 대파에 관한 기억이 조금씩 변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파는 인간에게 착취당하며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대파의 삶을 살았을 뿐이라고. 대파의 생애에는 내가 어떤 식으로도 가늠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개입하거나 훼손할 수 없는 그만의 고유한 희로애락이 있었으리라고. 그러니 앞으로는 어떤 삶도 섣불리 동정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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