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티치아노 작품 소장…'성 스캔들' 장소로도 유명
베를루스코니 전 伊총리 저택, 박물관으로 개조 추진
고(故)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생전에 살았던 밀라노 교외 저택이 박물관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제로'는 4일(현지시간) 유족들이 이 같은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2일, 86세를 일기로 별세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974년 밀라노 외곽 아르코레에 있는 산마르티노 저택을 구매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최측근들을 이곳으로 불러 사업과 정치를 논의했다.

그를 따라다닌 추문 가운데 가장 유명한 '붕가 붕가'(Bunga Bunga·성행위를 뜻하는 은어) 섹스 스캔들이 벌어진 곳도 바로 여기다.

유족들은 이탈리아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긴 베를루스코니가 후대에도 영원히 기억되도록 이곳을 박물관으로 개조한다는 구상이다.

초기에는 예약한 방문객들에게만 개인 투어를 허용한 뒤 이후 점진적으로 박물관으로 개조해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방 수만 70개에 달하는 이 저택에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의 거장 티치아노의 작품이 걸려 있다.

서재에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과 마거릿 대처 총리의 전기를 포함해 1만여권의 책이 소장돼 있다.

저택 내 집무실은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전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비롯해 전 세계 정상들로부터 받은 선물로 장식돼 있다.

정원에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유해가 안치된 대리석 영묘가 있어 방문객들은 이곳을 둘러보며 고인을 추모할 수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정치활동에 관한 기록물도 전시할 계획이다.

그는 2001년 총선에서 세금 인하, 일자리 창출, 인프라 구축 등의 공약을 앞세워 승리했다.

당시 그의 총선 공약이 담긴 '이탈리아 국민과의 계약' 문서는 욕실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연설 녹화 영상을 저택 곳곳에 틀어 방문객들이 고인의 생전 육성을 들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고인이 당 대표를 맡았던 전진이탈리아(FI) 창당 20주년을 기념해 2013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자유의 강'도 반복해서 상영될 예정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뒤 "미국 블록버스터보다 훨씬 낫다"며 "진실보다 더 진실에 가깝다"고 흡족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탈리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베를루스코니는 미디어 재벌이자 총리를 세 차례나 지낸 이탈리아 정계의 거물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지난 4월 기준 74억달러(약 9조6천200억원)에 달했다.

고인의 유언장은 다음 주에 공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