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사건 사체유기죄 공소시효 지나…부산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 입건
과천 경찰, 긴급체포한 피의자 석방…전문가 "똑같은 일 되풀이해선 안 돼"

8년 전 발생한 2건의 '영아 시신 매장' 사건을 두고 경찰이 한 사건의 피의자는 긴급체포하고, 또 다른 사건의 피의자는 불구속 입건했다.

이른바 '유령 영아' 전수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드러난 경기 과천과 부산 기장의 닮은꼴 사건 이야기이다.

동일한 '영아 매장' 사건인데…과천 긴급체포·부산 불구속 왜?
4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번 전수 조사 관련, 과천시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과천경찰서는 사체유기 혐의로 50대 여성 A씨를 지난달 30일 오후 10시께 긴급체포했다.

A씨는 2015년 9월 남자아기를 출산해 키우다 아기가 사망하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다운증후군이었던 아기가 집에서 앓다가 출산 며칠 만에 숨지자 아기 시신을 지방의 선산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에 따라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 그를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경찰의 이 같은 판단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형사소송법 249조(공소시효의 기간)에 따르면 사체유기 혐의와 같이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A씨의 진술에 미뤄볼 때 사체유기 행위가 이뤄진 시점은 2015년 9월께인데, 사체유기 혐의만을 적용해 긴급체포의 범죄 사실을 구성할 경우 공소시효가 이미 10개월가량 지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러나 사체유기 시점이 불분명하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긴급체포를 밀어붙였다.

경찰이 내린 결론은 결과적으로는 오판이었다.

검찰은 이튿날인 지난 1일 오후 4시 20분께 "A씨에게 적용된 사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 만료 가능성이 있다"며 긴급체포를 불승인했다.

처벌 자체가 불가능한 범죄 혐의로 18시간 이상 유치장에 갇혀 있던 A씨는 검찰의 결정에 따라 즉각 석방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이 면밀한 법리 검토 없이 사안의 중대성만을 이유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동일한 '영아 매장' 사건인데…과천 긴급체포·부산 불구속 왜?
반면, A씨가 석방된 지 사흘이 지난 이날, 부산에서 드러난 닮은꼴 사건에서는 경찰이 피의자를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하기로 했다.

부산 기장군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40대 여성 B씨를 아동학대처벌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2015년 2월 출산한 여자아기가 생후 8일 만에 주거지에서 사망하자 그 시신을 집 주변 야산에 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보고, 긴급체포 등 강제 조처는 하지 않았다.

다만 B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이 의심된다고 보고 형사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생후 7~8일 만에 영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면 그사이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게 상식적인 부분인데 그런 부분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는 아기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B씨의 유기나 방임 등이 있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동학대처벌특례법상의 죄는 피해 아동이 성년이 된 날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숨진 아동이 살아있다면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았을 나이여서 공소시효가 넉넉하게 남아 있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단 사흘 사이에 경찰의 판단이 긴급체포와 불구속으로 명확히 갈리자, 경찰 내부에서는 과천 사건의 '학습 효과'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수도권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과천경찰서가 사체유기죄의 공소시효가 7년인 점을 간과한 채 긴급체포했던 피의자를 풀어줘야 하는 황당한 사례가 나오자 부산경찰청이 상당히 의식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학대치사 혐의의 경우 현 사안(부산 기장 사건)에서 공소시효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경찰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을 텐데, 앞선 사례(과천 사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례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포됐다가 석방된 피의자는 증거 인멸을 하거나 주변인 등과 진술을 맞추는 등 추후 수사에 혼선을 주는 행위를 할 수도 있어 앞서 과천 사건과 같은 일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며 "부산 기장 사건의 경우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적용해 입건한 점을 고려하면, 그 죄가 중하다.

혐의를 밝히는 즉시 경찰이 피의자 신병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