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에서 지역 간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등 재정 여건이 좋은 지방자치단체는 정부 지원금에 자체 예산까지 추가해 파격적으로 난임 시술을 지원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지자체는 법정 지원에 그치고 있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 ‘재정분권 정책 및 지방 이양 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31개 시·군·구 가운데 정부 공통 지원 범위를 넘어 난임 추가 지원을 하는 지자체는 37개(16%)에 불과했다.

국내 난임 지원 정책은 크게 ‘건강보험 급여’와 ‘시술비 지원 사업’으로 나뉜다. 시술비 지원 사업은 건보 적용을 받아도 회당 100만~200만원이 넘는 난임 치료의 특성을 감안해 저소득층과 중산층 일부를 추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술 종류별로 차이는 있지만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 및 기초생활수급자에게 횟수당 최대 110만원을 9회(신선 배아) 지원한다. 배아동결비(최대 30만원), 착상보조제 및 유산방지제(각 20만원) 등 건보 비급여 항목도 지원한다.

문제는 이 사업이 지난해 지방으로 이양된 뒤 지자체 간 혜택의 편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부산시 세종시 등은 소득 기준을 폐지해 고소득 여부와 관계없이 난임 시술을 지원한다. 한방 요법을 통한 난임 치료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대체로 재정 여건이 풍족하고 산업 기반이 있어 젊은 층이 많은 지자체들이다.

대전시 울산시 등 일부 지자체는 난임 시술 지원은 소득 기준을 유지하면서 한방 치료 등은 소득과 상관없이 지원하고 있다. 194개에 달하는 다른 지자체는 기본적인 정부 지원만 간신히 유지하는 실정이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난임부부의 평균 난임시술 횟수는 7회, 회당 비용은 건보 적용 후에도 160만원에 달했다. 다른 조건이 모두 같더라도 사는 지역에 따라 1000만원이 넘는 혜택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국내 난임 인구는 2017년 30만2000명에서 2021년 35만6000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난임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