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반공과 검열: 1955∼1970' 자료 공개
50∼70년대 정권은 어떻게 '반공 영화'를 검열했을까
고(故) 이만희 감독은 '돌아온 여군(7인의 여포로)'을 만들었다가 1965년 2월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영화감독이 반공법으로 투옥된 최초의 사례다.

당시 검찰은 이 감독을 기소하며 '북괴의 국제적 지위 앙양', '반미감정 고취' 등을 사유로 들었다.

북한 인민군이 국군 간호장교 포로들을 겁탈하려는 중공군을 무찌르고 남한으로 귀순한다는 영화 내용이 북한군을 미화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사례를 포함해 1955∼1970년 제작된 이른바 '반공 영화'에 대한 검열 기록을 담은 자료를 3일 공개했다.

해당 자료는 그동안 영상자료원 도서관에 직접 방문해야 열람할 수 있었지만,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게 됐다.

이번에 공개된 검열 반공 영화의 수는 총 153편으로 관련 자료는 9천여 쪽에 달한다.

반공 영화는 반공 의식이나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전달하는 영화다.

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탄생해 1960년대 초 본격적으로 제작됐다.

이만희 감독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신상옥 감독 '빨간 마후라'(1964), 유현목 감독 '카인의 후예'(1968) 등이 대표적이다.

영상자료원은 "군사정권의 반공 이데올로기를 담아 검열의 혜택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반공 영화 검열의 강도는 낮지 않았다"면서 "검열과 관련된 사건들 역시 적지 않은 편이었으며 검열의 절차나 주체 역시 특수했다"고 전했다.

영상자료원에 따르면 당시 중앙정보부는 본편 검열(상영 허가)뿐만 아니라 중요 영화의 경우 시나리오 검열에도 참여했고 1968년부터는 모든 상업 영화를 검열하기 시작했다.

이번 자료는 중앙정보부를 비롯한 각종 국가기관의 검열 의견서, 경위서 등 검열 과정을 담은 자료로 구성됐으며 이를 분석한 글도 담겼다.

전쟁 포로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상영이 불허된 조긍하 감독의 '철조망'(1960), 북한에서 귀순한 이수근의 일대기를 다뤘다가 이후 위장 귀순이 밝혀지며 상영 정지된 김수용 감독의 '고발' (1967) 등 검열과 관련된 다양한 사건도 볼 수 있다.

영상자료원은 "향후 반공 영화의 검열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사, 나아가 대중문화의 역사 전반을 재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사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