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노광장비 선적시 '수출허가' 의무화…ASML 포함된듯
'美주도 디커플링' 차단에 공 들였던 中 "계약정신 존중하라"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수출통제에…中, 美에 "다른나라 협박"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하는 새로운 조치를 결정했다.

로이터 통신과 DPA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6월30일(현지시간)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일부 반도체 생산 설비를 선적할 때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9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신규 규제의 대상 장비와 업체를 구체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네덜란드의 대표적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생산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가 포함됐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부터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으며, 지난 3월에는 EUV보다 이전 세대 기술 제품으로 그동안 수출을 허용했던 DUV 노광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예고한 바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리셔 스흐레이너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장관은 안보 이익을 지키는 차원에서 군사적으로 응용될 수 있는 장비들의 수출에 규제를 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기술이 우리에게 대항하는데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회사나 단체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조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측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중국'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실질적인 수출 통제의 타깃은 중국인 것으로 여겨진다.

또 네덜란드 측에서는 ASML이 이번 조치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DPA통신은 전했다.

미국 주도 대중국 '반도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참여를 막기 위해 공을 들였던 네덜란드가 결국 추가적인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결정하자 중국은 좌절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상무부 대변인은 1일 "최근 몇 달 동안 중국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에 대한 다층적이고 빈도 높은 소통과 협상을 했으나 네덜란드 측은 결국 관련 반도체 장비를 통제 목록에 넣었다"며 "중국 측은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네덜란드 측은 국제 경제·무역 규칙과 중국-네덜란드 경제·무역 협력의 큰 국면을 유지하는 것에서 출발해 시장 원칙과 계약 정신을 존중하고, 관련 조치가 양국 반도체 산업의 정상적인 협력과 발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지 말고, 양국 기업과 쌍방의 공동 이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중국은 네덜란드의 이번 조치와 관련, "다른 나라를 협박해서 중국에 대한 반도체 탄압과 포위에 동참토록 했다"며 미국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미국은 지난 1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일본, 네덜란드 측과 3자 협의를 진행한 것을 포함해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할 것을 네덜란드 등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에 맞서 중국은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디커플링에 동참하지 않도록 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이 5월 10∼12일(이하 현지시간) 네덜란드를 방문해 마르크 뤼터 총리와 회담했고, 리창 국무원 총리는 같은 달 16일 뤼터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이런 소통 계기에 중국은 '계약의 정신', '시장 원칙', '세계 무역 규칙' 등을 견지하고 양국 기업의 공동이익과 글로벌 산업망·공급망의 원활한 흐름을 수호하길 희망한다며 필사적으로 네덜란드를 설득했으나 결국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수출통제에…中, 美에 "다른나라 협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