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내정자. /사진=대통령실 제공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내정자.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여자 역도의 전설로 불리는 장미란 용인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깜짝 발탁한 가운데, 친민주당 성향 네티즌들의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인물의 족적에는 관심 없이 '현 정부와 엮였다'는 단순한 이유로 무자비한 반응을 쏟아낸다. 정치권에서는 혐오를 정쟁에 이용하는 정치권이 먼저 자성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장 교수(이하 차관 내정자)를 정책홍보 및 체육·관광 등을 담당하는 문체부 2차관에 발탁했다. 장 차관 내정자는 세계 무대에서도 역대 최고 역사(力士)로 평가된다. 2005∼2009년 세계역도선수권 4연패(2005·2006·2007·2009년)를 이뤘고, 올림픽에서는 금메달(2008년 베이징), 은메달(2004년 아테네), 동메달(2012년 런던)을 모두 목에 걸었다. 2013년 현역에서 은퇴한 장 차관 내정자는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용인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016년 용인대 교수로 임용됐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장미란. /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장미란. /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에서는 이런 장 차관 내정자의 족적을 두고 '현장과 이론을 두루 겸비했다'는 호평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대회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투철한 자기관리가 있었겠냐"고 평가했다. 심지어 민주당에서도 장 차관 내정자를 비판하진 못했다. 다른 개각 인사들에 대해선 맹렬히 비난을 쏟아내면서도 장 차관 내정자를 겨냥하는 내용은 논평에 담지 못한 것이다. 이에 여권 관계자는 "장 차관 내정자 인선이 야당의 허를 찔렀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친민주당 성향 네티즌들은 장 차관 내정자의 윤석열 정부행(行)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현 정부와 자신들의 철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쉬움을 드러내는 정도가 아니라 장 차관 내정자의 인격 자체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이들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거지 같은 정권에서 한자리하고 싶겠나", "예전부터 뭔가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왔다", 독재정권 아래서 임명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우린 독재정권의 부역자라고 부른다", "이번 정권 정부에서 주는 상을 거부하는 분들도 있다" 등의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이 끝난 뒤 조규성 선수가 김건희 여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이 끝난 뒤 조규성 선수가 김건희 여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런 모습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큰 활약상을 그린 조규성 선수가 김건희 여사와 '셀카'를 찍었다는 이유로 돌연 16강 영웅에서 역적 취급을 받게 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조규성은 지난해 12월 8일 윤 대통령 초청으로 가진 청와대 영빈관 만찬에서 김 여사와 셀카를 찍었다가 친민주당 성향 네티즌들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테러를 당한 바 있다. 당시 네티즌들은 "생각 좀 하고 살자", "몸만 키우지 말고 머리도 좀 채워라" 등 인신공격성 댓글을 달았다. 또 배구선수 김연경도 지난 1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당시 후보)와 사진을 찍었다가 "식빵 언니, 우파였나. 실망이다" 등 악플 세례를 받았다.

한 초선 의원은 "일부 소수 네티즌의 혐오만을 문제 삼을 게 아니라 혐오를 이용하는 정치권이 먼저 자성하고 또 자정할 문제"라며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소수 네티즌의 표피적인 반응을 다수의 여론인 것처럼 오인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장 차관 내정자는 문체부를 통해 발표한 임명 소감에서 "스포츠 현장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은 공정·상식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며 민 여러분께서 생활체육을 통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