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서 '전산망 비리 의혹' 사실로 드러나…'6억 손해' 사무국장 정직 요구
"감리 보고서에 진척률 97%라고 썼지만 실제로는 47%…허위 보도자료도 작성"
'미완성 등급시스템'에 돈부터 준 게임위…"감리보고서도 거짓"
감사원은 29일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전산망 구축 비리 의혹'과 관련,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시스템 개발을 완료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금부터 지급한 게임위 사무국장에 대한 정직을 요구했다.

이번 감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20·30대 젊은 게이머들이 주축이 된 국민 5천4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게임위가 2017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이하 시스템) 개발을 외부 업체에 맡겨 3년 뒤 사실상 미완성 상태의 전산망을 납품받았지만, 어떤 보상이나 배상금도 받지 않았다는 게 의혹의 요지였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감사 인원 7명을 투입해 게임위에 대한 실지 감사(현장 감사)를 벌였고 이같은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게임위 비위 의혹 관련 감사보고서'에서 "게임위가 통합관리시스템 1·2단계 및 감리용역 모두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시스템이) 합격한 것으로 검수한 후 대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용역 대금은 시스템의 완성 여부를 검사해 합격한 경우 지급하는 게 타당하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감사원은 "사업자도 개발을 마무리하지 않고 철수해 적어도 6억원 이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게임위가 감리업체에 감리보고서를 거짓 작성토록 종용했고, 감리업체가 실제 거짓 보고서를 제출하자 게임위가 이를 검수 업무 등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언론에 시스템의 검수 문제 등이 보도되자 게임위는 허위·과장된 해명 자료를 작성·게재했을 뿐 아니라 추가 감리를 통해 이를 무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추가 감리 과정에서 감리 자료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인위적으로 시스템의 과업 진척률을 97%로 만들었으나, 실제 진척률은 47%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사업 당시부터 현재까지 게임위 사무국장으로 있는 A씨에 대해 "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이 타당하다"며 게임위원장을 향해 문책 요구를 했다.

감사원은 "(A씨는) 회계예산 관련 총괄 관리자의 지위에서 시스템 1단계 및 2단계 2차 사업의 과업이 완료되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도 검수보고서에 결재하는 등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시 정보기술팀장으로 시스템 구축 사업 실무를 주도한 B씨는 문책 대상에서 제외됐다.

B씨가 지난해 5월 퇴직해서 한국조폐공사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B씨의 비위행위는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나 퇴직했다"며 한국조폐공사 사장에게 비위 내용을 통보하고 이를 인사 자료로 활용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감리보고서를 거짓 작성한 감리업체의 업무 정지 등 처분을 요구했다.

한편, 게임위는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 가능한지 검증하는 용역도 사실상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지만, 대금은 지급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게임위는 검증 용역에 활용할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먼저 구입했는데, 이 라이선스는 유효기간이 만료돼 검증 용역에 활용할 수 없었다"며 "(C 업체는) 서류상에는 검증 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A씨와 B씨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C업체는 고발 조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