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태풍 직격한 포항, 하천 정비 못 끝내…지하주차장 출입구엔 차수판 설치
일부 수해지역엔 응급복구만…주민들 "또 피해 볼까 걱정"
전문가들 "지구 온난화 맞춰 게릴라성 폭우 대비책 세워야"
[올해도 많은비] 장마·태풍 닥치는데…곳곳 지자체, 피해복구 공사도 못 마쳐
지난 2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냉천 하류 지역에서는 중장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굴착기는 하천 바닥 흙과 모래를 퍼서 덤프트럭에 담았고, 덤프트럭은 이를 다른 곳으로 부지런히 날랐다.

냉천은 지난해 9월 6일 포항 일대를 휩쓸고 간 태풍 '힌남노'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범람한 하천이다.

이 하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기 위해 간 주민 7명이 숨지는 등 포항에서 모두 10명이 숨졌다.

바로 옆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물에 잠겨 가동이 중단됐고, 수천 대의 차를 비롯해 집, 공장 등이 침수되고 파손됐다.

지난해 큰 피해가 난 만큼, 올해 장마를 앞두고 경북도나 포항시 등은 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 말 포항과 경주 지방하천 재해복구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복구공사에 약 2년이 걸리는 만큼 우선 하천 토사를 걷어내는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우기 전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천 토사를 실어내는 등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냉천 범람에 대비해 남구 제철동과 청림동 일대 포항제철소 담을 따라 2m 높이 차수벽을 설치하고 있다.

[올해도 많은비] 장마·태풍 닥치는데…곳곳 지자체, 피해복구 공사도 못 마쳐
하지만 복구공사가 지난달 말에 시작된 만큼 포항의 피해지역 대부분은 지난해 태풍 직후의 응급복구 상태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이다.

오천읍 일대 냉천 경사면에는 대부분 임시로 쌓은 흙 포대가 쌓여 있었고, 일부 도로는 임시 포장으로 땜질돼 있었다.

냉천 하류뿐만 아니라 냉천 상류인 남구 오천읍 항사리 오어저수지 주변도 지난해 응급 복구 상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저수지 경사면에는 흙 포대가 앙상한 모습을 드러냈고, 하천 바닥에는 나무와 부서진 콘크리트 덩어리가 쌓여 있었다.

그나마 최근 항구 복구가 시작돼 중장비가 투입된 모습이 보였다.

정영훈 경북대 건설방재공학과 교수는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임시 복구는 금방 할 수 있지만 항구 복구는 기존 기능을 넘어선 설계가 필요한 만큼 시간이 더 드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 처지에서는 불안할 수 있지만, 자칫 서두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항구 복구가 이뤄질 때까지는 임시로 둑을 쌓거나 펌프를 설치해서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하주차장 참사로 7명이 숨진 아파트단지는 이달 중순 지하주차장 차량 진입로와 보행자 진입로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물을 막을 수 있는 차수판을 설치했다.

주차장 내부에는 페인트가 새롭게 칠해져 겉보기엔 사고 현장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했다.

지난해 사고에 따른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한 주민은 "사고 이후에 좀 어떻냐"란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지나갔다.

[올해도 많은비] 장마·태풍 닥치는데…곳곳 지자체, 피해복구 공사도 못 마쳐
경기도는 지역별로 복구 진행 정도가 다르다.

작년 8월 초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가 난 경기 여주시 산북면 명품리 안두렁천 주변은 아직 복구공사가 완료되지 못한 채 돌과 모래로 채운 포대가 제방에 임시방편으로 쌓여 있었다.

주민들은 응급 복구된 임시 제방으로 이번 장마를 나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여름 폭우로 버스정류장 지반이 무너지면서 사망자까지 발생한 경기 광주시 목현동 모개미천 주변도 좁은 물길을 넓히고 교량을 높이는 통수단면적 확대 공사와 같은 개선복구사업이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모개미천 주변은 무너진 안전 펜스 대신 흙을 채운 드럼통 20여개가 하천과 도로의 경계에 걸쳐 있는 상황이다.

작년 8월 수해 발생 직후부터 1년 가까이 복구공사가 이어지고 있는 용인시에서도 공정률은 9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대부분 피해 지역은 복구가 완료됐으나, 피해가 컸던 동막천 등 일부 구역에서는 근본적인 수해 예방 공사까지 계획돼 공사 진행이 더딘 편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발생한 피해사례 1천731건 중 1천283건의 복구를 완료했으며, 이달 말까지 1천697건(98%)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도 많은비] 장마·태풍 닥치는데…곳곳 지자체, 피해복구 공사도 못 마쳐
지난 2020년 7월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로 차량 6대가 잠겨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부산 초량지하차도 방재사업은 아직 시작되지도 못했다.

시는 행정절차와 예산확보 문제로 내년에나 시작할 수 있어 집중호우 시 교통통제 등 임시 조치를 한다는 계획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8월 집중 호우로 바위가 무너져 내린 군산 소룡동의 도로 경사면을 보수공사 중이다.

당시 시간당 최고 90㎜의 비가 내리면서 군산시 소룡동의 한 도로변 옆 사면에서 돌무더기 등이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후 군산시는 안전 검토를 거친 후 경사로를 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주변 주택가 등 인접 부지에 칸막이 등을 덮어 안전조치를 하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많은비] 장마·태풍 닥치는데…곳곳 지자체, 피해복구 공사도 못 마쳐
지난해 8월 중순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충남 부여군과 청양군은 본격적인 장마철을 맞아 피해 최소화를 위한 비상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부여군은 집중호우 시 원활한 빗물 배출과 안정적인 하수처리를 위해 지난달 말부터 하수도 준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군은 강풍에 대비해 비닐하우스나 과수 등을 줄로 단단히 맬 것을 농민들에게 당부하면서 호우에 대비해 농경지 배수로 점검에 힘을 쏟고 있다.

부여에서는 지난해 8월 14일 새벽 쏟아진 폭우로 2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이재민 120가구, 농경지 유실·매몰 500여㏊, 주택·상가 144채 침수·파손, 산사태 129건 등 1천여건, 58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수해 복구율은 70%가량이다.

하지만 산사태, 하천 둑 유실, 교량 붕괴 등 피해 규모가 큰 곳은 기본·실시설계와 토지 매입 등 행정절차가 필요한 만큼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도에 공사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청양군은 지난해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장평면과 청남면 일대를 수시로 찾아 수해복구 진척 상황과 장마철 대비책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청양에서는 지난달 14일 집중호우로 도로 파손 12건, 하천 범람·유실 161건, 수리시설 파손 13건, 산사태 30건, 주택 침수 35채, 농경지 침수 126.4ha, 농경지 유실·매몰 7만9천476㎡ 등 1천970건에 164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청양군 피해 복구율은 71%가량이다.

[올해도 많은비] 장마·태풍 닥치는데…곳곳 지자체, 피해복구 공사도 못 마쳐
경남 도내 각 시·군도 자체적으로 장마와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3월 용주면에서 대형 산불이 난 합천군은 사방댐과 산지사방(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하는 것) 조성 등 복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복구 작업을 수행할 업체와 계약을 끝내고 공사에 들어갔다.

군 관계자는 "현장 소장이 피해 지역에 상주하면서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태풍, 장마 피해에 대비해 주민들에게 안전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며 "인명, 재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군청과 유기적인 연락 체계를 구축하는 등 산사태 등이 발생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지난해 8월 8∼20일 집중호우로 청주·충주·제천·괴산 지역 공공시설 77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도에 따르면 피해 발생 지역은 대부분 하천으로, 현재까지 61곳의 개선복구가 완료됐다.

이어 이번 주 내로 12곳의 공사가 더 완료되고, 나머지 4곳은 다음 달 중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도는 돌발상황이 생겨 일정 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생기면 피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퇴적토 준설, 주요구조물 및 취약구간 우선 시공, 하천 내 임시구조물 철거 등에 나설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재해복구사업이 신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수시로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장마철 피해 방지를 위한 수방대책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울산, 광주, 전남, 인천, 제주 등도 급경사지역이나 저수지, 배수펌프 점검과 함께 홍수피해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피해 복구를 서두르고 개선해야 하는 지역이 많은데, 현장을 보면 경사가 급한 데도 무방비 상태인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장이 긴급 안전 점검을 벌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보다는 토목구조 전문가가 현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지구 온난화에 맞춰 게릴라성 폭우에 따른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창해 이준영 우영식 이은파 장지현 나보배 민영규 전승현 최해민 송승윤 이해용 고성식 손대성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