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최대 310㎜ 폭우…하천 범람 우려에 주민 대피 이어져
[르포] '넘치고 끊기고'…밤사이 내린 폭우에 "마을 잠기는 줄"
"마을이 홀딱 다 잠기는 줄만 알았제. 대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새벽부터 마음 졸이느라 한숨도 못 잤소."
어스름 해가 뜨기 시작한 28일 오전 5시 30분께 날은 밝았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하천 옆길을 잰걸음으로 걷던 농부는 화들짝 놀랐다.

밤새 내린 비에 논밭이 잠겼을까 봐 일찌감치 집을 나선 농부는 물이 넘실대는 석곡천 제방길을 걷던 중 길이 끊긴 것을 발견했다.

석곡천은 하천 범람에 대비해 산책길을 겸한 제방이 쌓여 있었는데, 제방의 약 50m가 불어난 물과 집중호우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농부는 서둘러 밤샘 근무를 하고 있던 광주 북구 석곡동 주민센터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동 직원 대부분이 비상 소집됐다.

북구청 관계자도 제방 유실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제방이 무너진 곳은 일부에 불과해 큰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시간당 수십㎜ 쏟아지는 비에 하천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또 무너진 제방 옆 전신주도 위태롭게 기울어 정전으로도 이어질 상황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공무원들은 석곡천이 넘치면 주변 12가구 주택이 침수당할 수 있다고 보고 주민 대피 대책부터 마련했다.

주변 초등학교를 비상대피소로 지정하고, 주민 대피를 준비하라는 마을 방송을 했다.

방송을 혹시나 듣지 못한 주민이 있을까 봐 가가호호 대피를 안내하려고 준비하던 찰나, 비가 극적으로 잦아들었다.

시시각각 상승하던 하천 수위도 안정권을 되찾으면서 다행히 마을 주민 대피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르포] '넘치고 끊기고'…밤사이 내린 폭우에 "마을 잠기는 줄"
광주 북구 측은 계속 장맛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된 만큼 추가 호우에 대비해 복구를 서둘렀다.

중장비를 동원해 무너진 제방에 다시 흙을 쌓아 올리는 등 임시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을 통장 김효숙 씨는 "제방이 무너진 것을 마을 주민이 비교적 빨리 발견해 대피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며 "주민들 대부분이 새벽부터 혹시나 대피해야 하나 마음을 졸이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에서도 밤사이에 내린 집중호우에 대피하는 마을이 생겨났다.

동구 소태동의 한 주택에는 거목이 쓰러지면서 나무의 가지가 지붕을 뚫고 들어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주변 야산 산사태가 우려돼 마을주민 5가구 12명이 동구문화센터나 친인척집 등으로 피신했다.

현장 관계자는 "나무가 쓰러지는 것이 산사태의 전조 증상일 수 있어 선제적 조치로 주민 대피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무등산국립공원 인근 증심천교가 범람 위험 수위에 도달하자 인근 6가구 주민 12명도 대피했고, 광양, 순천 등 지역에서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도 일부 대피하기도 했다.

광주·전남에는 나흘간 최대 310㎜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농작물·시설 침수도 잇따랐다.

장맛비는 오늘까지 40㎜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시간이 갈수록 피해 규모는 늘어날 우려도 있다.

[르포] '넘치고 끊기고'…밤사이 내린 폭우에 "마을 잠기는 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