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도 넘은 불법 리딩방, 이번엔 염블리 사칭해 펀드 조성 미끼…피해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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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환 이사 사칭해 해외주식 펀드 조성한 불법 리딩방
유명 주식 전문가, 리딩방 운영이나 종목 추천 못 해…대부분 사칭


가짜뉴스까지 기승…사실관계 먼저 파악한 뒤 매매
증권사 HTS나 MTS서 뉴스 접하는 것이 '안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 리딩방 관련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슈퍼개미와 주식 전문가 등이 불법 리딩방을 통해 선행매매를 하는 것은 물론, 주식시장에서 유명한 전문가를 사칭하는 불법 리딩방이 기승을 부린다. 유튜브에서 염블리로 활동 중인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를 사칭한 주식 리딩방까지 등장했다. 그동안 염 이사를 사칭한 불법 리딩방은 국내 주식에만 국한돼 있었으나, 이번 염 이사를 사칭한 불법 리딩방은 해외 주식을 대상으로 한 펀드 운용이다.

염 이사를 사칭한 불법 리딩방에 약 1000만원을 투자한 A씨는 불안한 마음에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했으나, 업체 쪽에서는 펀드 특성상 모든 거래가 끝내야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대답만 되풀이한다고 주장한다. 펀드 운용이 끝나야만 투자금과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염승환 이사에게 해당 리딩방에 관해 확인해본 결과, 직접 펀드를 운용하거나 리딩방 자체를 운영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염 이사는 "이번 펀드 조성과 관련한 사칭 리딩방의 경우 아직까지 회사에 신고나 피해 문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염 이사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여러 차례 자신을 사칭한 불법 리딩방을 조심하라고 언급했는데, 여전히 사칭 리딩방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이 펀드형 불법 주식 리딩방 관련해 피해 접수가 없는 것은 최소 몇 개월간의 운용 방침을 불법 리딩방이 내세운 탓이다. 염승환 이사를 사칭한 이들은 대만증시 등에서 외국인 전용 통로를 활용해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염승환 이사가 만든 콘텐츠를 자신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방에 올리면서 염 이사를 사칭하고 있다. 또 과거 펀드 조성으로 번 수익을 공개(최소 30%에서 100%가량의 수익률)하면서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이들의 텔레그램 채널 이름은 '염승환이사의 랜선강의'이다. 최소 1000만원에서 수억원의 자금을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실제로 수천만원을 투자한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외국인 전용 펀드의 가입 정원이 1000명이라며, 이미 모집 인원을 넘어섰다고 빠르게 투자하라고 홍보한다. 해외 주식이나 펀드 등을 잘 모르는 투자자들을 꼬드기고 있는 것. 또 해당 펀드는 대만 증시에서 합법적인 외국인 투자라고 소개하고 있다.

가짜뉴스까지 등장…시세조종에 나선 리딩방

리딩방 수법도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 가짜 뉴스를 활용해서 시세조종에 관여하는 리딩방도 있다. 주식시장에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담은 사설정보지인 '지라시'가 가짜뉴스로 둔갑한다. 시세조종에 가담하는 불법 리딩방 업체들은 가짜뉴스 링크를 만든 뒤 자신들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 종목토론방에 퍼 나른다. 이 과정에서 해당 종목의 주가가 급등락할 경우 저가에 주식을 담거나, 고가에 보유 주식을 팔아치운다.
사진=가짜뉴스 만들기 사이트 캡처
사진=가짜뉴스 만들기 사이트 캡처
가짜뉴스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 클릭 두 번 만으로 기사 형태로 만들수 있는데, 내용을 입력하고 기사 이미지를 고르면 가짜뉴스가 완성된다. 카카오톡 등 공유형태도 선택이 가능하다.

가짜뉴스에 곤욕을 치뤘던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가짜뉴스가 회사 대표의 근황 등 최측근 외에는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들로 채워진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실시간 대응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더군다나 가짜뉴스 확산 시점이 장 마감 직전 30분~1시간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 시간대에 가짜뉴스가 퍼지게 되면 회사 측이 기사를 접하고 진상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초를 다투는 주식시장에선 기사의 진위 확인보다는 곧바로 매수나 매도 등으로 달려가는 투자자들이 더 많은 편이다.

가짜뉴스의 파급력도 상당하다. 최근 미국 증시도 가짜 뉴스로 출렁인 적이 있다. 지난달 23일 미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이 폭발에 휩싸인 가짜 사진 한 장이 SNS에 삽시간에 퍼졌다. 미국에 악몽을 안겼던 9.11테러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였다.

이 사진을 러시아 관영매체인 RT가 ‘펜타곤 근처에서 폭발 보도’라며 SNS에 올리자 공포는 더욱 가중됐다. 장초반 상승세였던 뉴욕 증시는 곧장 곤두박질쳤다. 10여분간 혼란 끝에 미국 당국이 "폭발은 없었고, 인공지능(AI)가 생성한 가짜사진"이라는 해명을 발표하자 증시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손해를 봤다.

유명 주식 전문가들 리딩방 운영 안 해

그렇다면 불법 리딩방 피해와 관련해 예방법은 없을까, 우선 알아둬야 할 것은 시장에서 유명한 전문가들은 직접 리딩방을 운영하거나 종목을 추천하질 않는다. 증권사 관계자가 회사 공식 채널이 아닌 외부 SNS상에서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 증권사 관계자들은 준법감시의무(컴플라이언스) 때문에 사적으로 종목을 추천할 수 없다.

슈퍼개미 등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경우 리딩방 등을 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 선행매매 등을 조심해야 한다. 최근 50만 구독자 유튜버이자 슈퍼개미로 유명한 B씨가 선행매매로 58억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기소 됐다. B씨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이용해 5개 종목을 매매 추천하면서 선행매매한 혐의를 받는다.

선행매매는 주식 리딩방, 주식방송 등 운영자가 특정 종목의 주식을 미리 매수한 뒤, 보유 사실을 숨기고 이용자들에게 고가 매수를 추천한 뒤 물량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는 사기적 부정거래 수법이다.

가짜뉴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온라인에서 도는 소문의 진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주로 종목토론방에서 도는 이야기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언론사 이름 없이 캡처본 형태로 떠돌아다니는 기사는 대부분 가짜뉴스이다. 포털 뉴스 섹터나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내 관련 뉴스를 통해 기사를 접하는 것이 안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가짜뉴스의 내용이 공시됐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통상 풍문이나 언론보도로 인해 주가가 요동칠 경우 한국거래소는 사실 여부를 관련 기업에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하기 때문.

전문가들은 불법 리딩방들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을 역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리딩방을 통해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경우 소문의 진위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불법 리딩방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현 제도상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현재 리딩방 운영은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유사투자자문업자는 특정 자격이나 전문성, 최소 자본금 등을 증명하지 않아도 누구든 당국에 신고만 하면 가능하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