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거장' 무티, 시카고심포니 첫 종신 명예음악감독 추대
이탈리아의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81·사진)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종신 명예 음악감독'으로 추대됐다. 종신 명예 음악감독을 선임한 건 악단 132년 역사상 처음이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무티 지휘자를 '종신 명예 음악감독'으로 추대했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무티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서 마지막 지휘를 한 공연을 끝낸 직후였다.

CSO가 종신 명예 음악감독을 선임한 건 13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CSO는 클리블랜드, 보스턴심포니, 뉴욕필, 필라델피아 등과 미국 5대 오케스트라 '빅 파이브'로 꼽힌다.

클래식 전문 매체 시카고 클래시컬 리뷰는 이 소식에 대해 "CSO와 무티의 긴밀한 관계를 상징할 뿐 아니라 둘의 협력이 앞으로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무티는 이날 베토벤의 '장엄미사'를 선보이며 CSO 음악감독 13년간 잡았던 지휘봉을 공식적으로 내려놨다. 오는 27일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의 야외공연장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무료 공연만 남은 상태다.

무티는 CSO의 2023-2024시즌이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 '종신 명예 음악감독' 타이틀을 달고 악단을 이끈다. 향후 2년간 매 시즌 최소 6주씩 CSO 공연을 이끌 예정이다. 무티와 CSO는 오는 9월 21일부터 30일까지 2023-2024시즌 오프닝·특별공연을 선보인다. 10월 4일과 5일에는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오른다.

이어 내년 1월 11일부터 3주간 벨기에·프랑스·독일·룩셈부르크·오스트리아·이탈리아에서 유럽 순회공연을 갖는다. 2024-2025시즌에는 시카고에서 4주를 보낸 뒤 순회공연에 2주를 들일 예정이다.

CSO는 아직 무티의 후임을 발표하지 않았다. 공석으로 비워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악단을 운영하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회(CSOA)는 "2025·2026 시즌 이후 일정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만 밝혔다.

CSO의 음악감독이 공석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대니얼 바랜 보임(1991년~2006년)이 돌연 CSO를 떠난 뒤 2010년 9월 무티 취임 때까지 CSO 음악감독 자리는 비어있었다. 당시 네덜란드 출신의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수석지휘자로 CSO를 이끈 바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