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조종국 동반사퇴' 또 불명예 퇴진 오명 남겨
영화계 파벌·자리다툼에 관객들 싸늘…혁신위 역할 기대
'BIFF 사태' 급한 불 껐지만…이미지 추락·관객 외면 불 보듯
인사잡음으로 한 달 넘게 이어진 부산국제영화제(BIFF) 내홍 사태가 조종국 운영위원장 해촉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미지 추락과 함께 올해 영화제 정상 개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BIFF 사무국에 따르면 영화제 이사회는 26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 된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 해촉안을 가결했다.

이용관 이사장도 이날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이용관·조종국 동반사퇴'가 이뤄진 셈이다.

문제는 10월 4일 개막을 앞둔 올해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에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영화제의 수장인 이사장과 영화 업무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집행위원장이 없는 상황에서 영화제 개최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임시총회에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궐위로 생긴 공백은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조 전 운영위원장 직무는 강승아 부집행위원장이 대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상적인 내부 업무 처리는 해낼 것으로 보이지만 정책 결정과 대외업무에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제 내 한 인사는 "영화제에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의 역할은 어떤 다른 행사에 비해 훨씬 무겁고 중요하다"며 "10월로 다가온 영화제를 제대로 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BIFF 사태' 급한 불 껐지만…이미지 추락·관객 외면 불 보듯
예년 같으면 6월엔 스폰스 협약을 마무리하는 단계지만 올해는 이번 사태로 주요 스폰스들이 영화제의 이미지 추락과 지도부 부재를 이유로 협약체결을 지금까지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관·조종국 동반사퇴'는 2017년 '김동호·강수연 동반사퇴'란 불명예 퇴진 오명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부 자정능력과 위기 극복 능력이 부족한 허약한 조직"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산 영화계 한 인사는 "당시 김동호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들고 키운 부산 영화계의 산증인이자 원로인데 당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떠나보냈다"며 "반복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산국제영화제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영화제에 실망한 부산시민들과 관객들의 관심을 되돌리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 촉발에는 내부적으로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겠지만 시민들이 보는 입장에서는 고질적인 내부파벌과 자리다툼으로 밖에 안보일 것"이라며 "시민과 함께 영화제, 부산시민이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영화제가 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는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구성하기로 한 혁신위원회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혁신위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비전과 발전 방향 설정, 누적된 문제 점검, 차후 신규 이사장 선임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