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후폭풍 증시 '강타'…목표주가 줄하향
국내 증권사들이 27일 SK이노베이션이 1조2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으로 주주가치 훼손과 재무 관련 불확실성이 우려된다며 목표주가를 잇달아 낮췄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3일 장 마감 후 1조1천8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주주배정 유사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전날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6.08% 하락했고 SK이노베이션의 최대 주주인 SK의 주가도 4.17% 내렸다. 대규모 유상증자는 지분가치를 희석한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대차증권은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를 기존 22만5천원에서 19만3천원으로 내리고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도 목표주가를 20만8천원에서 18만9천원으로 낮추고 투자 의견은 '매수'보다 한 단계 낮은 '아웃퍼픔'(시장수익률 상회)을 유지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관련 보고서에서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시기가 당초 2030년대에서 2020년대로 앞당겨지고 있다"며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탄소에서 친환경으로) 전략 가속화를 위해 안정적인 재무 구조와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상증자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SK이노베이션이 투자하는 수소 암모니아, 폐기물을 활용한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생산, 차세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확보 등 신사업 결과는 2025년 이후 나타나 기업가치 개선 효과를 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 포드와의 합작 투자를 위해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12조원을 차입하는 등 중장기 대규모 투자를 위한 차입금이 지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SK온에 대한 지분율 희석이 계속되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익 창출을 통한 영업현금흐름이 아닌 유상증자로 타인 자본을 상환한다는 점,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한 캠퍼스 건립 등에 유상증자를 활용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며 "투자 예정인 신규사업이 각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중단기 수익성 개선 효과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유상증자에 SK온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가 소명되지 않았다"며 "결론적으로 부채상환과 SK이노베이션 별도의 장기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이번 유증이 결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나 투자 의견을 조정하지 않은 증권사들도 이번 유증이 단기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친환경 합성유,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사업 추진은 긴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고 수익성과 사업의 구체화 여부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단기 투자 심리와 주가에는 부정적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유증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는 불가피하다"며 "그동안 재무 관련 이슈가 이어졌던 만큼 투자자들은 이론적으로 지분 희석 영향 이상으로 불확실성을 우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