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기 의무소방원 93명 전역 끝으로
병역자원 감소에 의무소방대 2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소방청은 군 현역 판정 인원으로 구성돼 소방 업무를 보조해온 의무소방대 운영을 지난 13일 마지막 의무소방원 92명의 전역을 끝으로 21년 만에 종료한다고 26일 밝혔다.

의무소방대는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다친 2001년 3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단독주택 화재를 계기로 현장 소방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대책으로 도입됐다.

군 복무 대신 소방업무를 보조하는 전환복무제도로 시행돼오다가 병역자원 감소로 폐지됐다.

2001년 8월 의무소방대 설치법이 제정됐고, 2002년 3월 제1기 209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만2천여 명의 의무소방원이 전국 119안전센터와 구조대, 구급대에 근무하며 화재 진압 및 구조·구급 사고 현장에서 소방 보조 업무를 수행했다.

2003년 경북 청도 버섯농장에서 불이 났을 때는 7일간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을 보조했고, 2006년 경기도 서해대교 29중 추돌 현장에서는 사고로 다치고 화재로 질식한 시민들을 구조했다.

2012년 경기도 고양시 공장 화재 현장에서는 진압 활동을 보조하던 의무소방원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병역자원 감소에 의무소방대 21년 만에 역사 속으로
마지막 기수인 충청북도 제73기 의무소방원 박재윤 수방은 소방관과 함께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신속한 응급처치로 생명을 구해 하트세이버, 브레인세이버, 트라우마세이버 인증을 모두 받기도 했다.

의무소방대 출신 시민들은 소방서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무소방대 제36기 출신인 영화감독 류형석 씨는 "복무할 때 허름한 주택가에서 혼자 사는 어르신이 홀로 세상을 떠난 모습을 봤고, 새벽까지 목욕탕에서 '세신' 일을 하고 고된 몸으로 돌아온 어머니가 잠든 와중에 전기장판에서 화재가 발생해 아들만 구하고 유명을 달리한 현장도 경험했다"라며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끝없는 고찰의 시간이었고, 이런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의무소방원으로 근무하며 사명감을 느껴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된 경우도 있다.

소방공무원으로 20여년째 근무 중인 정원형 소방경(의무소방대 제2기)은 "당시 선배 소방관들의 가르침은 진로 선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며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남희영 소방청장은 "의무소방대 종료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현장 대응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출동 상황을 고려해 인력 재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역자원 감소에 의무소방대 2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