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이민 수용, 본격적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다. 전체 인구와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다. 더구나 인구는 고령화돼 가고 있다.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와 고령화는 1인당 생활 수준 저하, 감당할 수 없는 복지 지출 등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출산율 반전이 이뤄질 것 같지 않다. 문제가 너무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반전된다고 해도 그 효과는 20년 후에나 나타난다. 이제 인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만약에 지금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거나 혹은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일하면, 달리 말해 생산성과 고용률이 급격히 높아지면 평균 생활 수준도 유지 내지 향상되고 세수가 많아지니 복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즉,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생산성과 고용률의 추이를 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실질 부가가치 성장률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고용률도 아주 완만하게 높아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대로 가면 1인당 생활 수준이 평균적으로 정체하거나 저하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고령층의 후생도 감소할 수 있다. 또 정부 지출 중에서 복지 비중이 커지면 교육, 사회간접자본 등의 공적 투자에 소홀할 수밖에 없어 미래 경제 상황도 나빠질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총인구와 국내총생산(GDP) 감소는 국방력 저하를 가져와 한국 국민은 국가 안위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저출산·고령화는 정치·경제적 위기를 불러올 것이 명확해 보인다.

현재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유일한 단기 해결책은 생산가능인구를 외국인 이민을 통해 늘리는 것이다. 출산율 제고는 장기적 해결책이다. 이민은 산업계의 요청으로 산업연수제도(1993년)와 고용허가제(2004년)가 도입되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법무부의 ‘2021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연보’에 의하면 장기체류 외국인 수(등록외국인 수와 외국 국적 동포 수의 합)는 157만 명에 육박하고 불법체류자를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민 정책은 결혼이민을 제외하면 산업의 수요에 부응하는 것이 발단이었다. 그것도 외국인을 정주시키는 것보다는 교체·순환시키는 방식을 취했고 영주권 발급에도 엄격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것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락되지도 않았다. 외국인을 위한 정책도 5년마다 법무부가 수립하는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에 따라 정부의 여러 부처에 의해 파편적으로 시행됐다. 요약하면 지금까지의 이민 정책은 산업 수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양상을 보여온 것이다.

이제는 이민을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위에 언급한 대로 유일한 방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생산가능 연령대의 외국인과 그 가족들을 정주시켜 한국 국민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선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 2018년 500명이 넘는 예멘인이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을 때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했다(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서 ‘난민신청허가폐지’가 70만 명 동의 획득). 이민과 난민은 물론 다르지만,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존재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정주형 외국인 유입 정책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국민 동의가 확인된다면 이민에 대한 종합적 정책을 세워야 한다. 이민청 설립이 그 출발이 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2003년 이래 지지부진한 상태다. 우리보다 이민에 소극적이던 일본은 이미 2019년 출입국재류관리청을 설립해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우리도 서둘러야 할 때다.

이민은 유럽과 미국에서 첨예한 정치적 논쟁거리이고 프랑스의 마린 르펜,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등 극우파 정치세력이 반이민을 기치로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의 경험을 거울삼아 우리에게 맞는 이민 정책을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수립하고 이민을 받아들인다면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인 저출산·고령화를 해결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을 문화적 다양성과 역동성을 갖춘 아시아의 일류 국가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