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암각화, 바위에 새긴 역사
▲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 = 데이비드 고긴스 지음. 이영래 옮김.
30시간 동안 200㎞를 주파하고, 17시간 동안 턱걸이 4천30회를 해내 기네스 기록에 오른 사람이 있다.

그는 울트라마라톤이나 철인 3종 등 인간의 체력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경기에도 70회 이상 출전했다.

책은 이처럼 한계를 뛰어넘는 체력과 정신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 데이비드 고긴스(48)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고긴스가 처음부터 철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136㎏의 몸을 끌고 바퀴벌레를 잡으며 한 달에 110만원 정도를 받아 생계를 이어가는 '루저'였다.

어린 시절은 불운했다.

여섯살 때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스케이트클럽에서 밤새워 허드렛일했다.

학교에서 공부는 언감생심이었고 졸음을 참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신간]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암각화, 바위에 새긴 역사
석 달 만에 체중을 48㎏ 줄이고 입대하면서 인생의 전환기가 찾아온다.

지원자에게는 언제든 지옥 같은 훈련을 포기할 자유가 있었다.

동료 중 한명인 스코프는 다리를 사슬로 묶고 헤엄치는 '애벌레 수영' 중에 목숨을 잃었을 정도로 훈련은 가혹했다.

고긴스는 훈련 중 오른쪽 무릎이 골절된 상태로 수영장에서 50m 잠영을 하고, 모래밭에 뒹굴며 악명 높은 '지옥주'를 버티면서 점차 철인으로 변해 간다.

2015년 해군 수석 부사관으로 은퇴한 후 소방관으로 변신해 여전히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고긴스는 일상의 안락에 빠져 흐르는 대로 살고 있는 독자를 강한 어조로 질책한다.

[신간]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암각화, 바위에 새긴 역사
"당신은 아마 진정한 자기 역량 중 40% 정도만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우리 모두에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
웅진지식하우스. 452쪽.

▲ 암각화, 바위에 새긴 역사 = 전호태 지음.
바위에 그려진 암각화는 문자가 등장하지 않은 선사시대 인류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영역이다.

이 책은 선사 미술을 전공한 교수, 웹툰 작가, 문화유산 해설사, 공무원 시험 준비생, 펜션 운영자가 국내 각지에 있는 암각화를 답사하는 상황을 가정해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독자를 암각화의 세계로 안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신간]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암각화, 바위에 새긴 역사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다.

책에 따르면 여기에는 사람, 육지 동물, 해양 동물, 어류, 선박 등 353점이 새겨져 있다.

사슴처럼 보이는 육지의 네발 동물은 물론 고래와 같은 거대 해양 동물도 등장한다.

암각화 속 동물은 몸통 각 부분 사이의 비례가 비교적 잘 맞게 돼 있으며 짐승과 사람의 위치, 자세가 비교적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두고 암각화를 만든 사람이 이들 짐승을 실제로 사냥하면서 잘 관찰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고래 역시 당시 인류에게 먹거리로 인식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간]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암각화, 바위에 새긴 역사
지은이는 독자가 자연스럽게 암각화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다큐 텔링'이라고 스스로 이름 붙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형식상 정교한 논증을 넣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연구자들 사이에 최소한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기 위해 애썼다고 저자는 전했다.

푸른역사. 22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