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에 접어든 지난 22일 대전 대덕구 한국수자원공사 본사 사무실은 조용한 가운데서도 분주함이 느껴졌다.
전국의 다목적댐·용수댐·홍수조절댐 등 공사가 관리하는 37개의 댐을 관리하는 물관리 종합상황실의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주요 댐들의 수위와 저수량, 저수율 지표가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채미애 물통합관리부 차장은 "홍수기에 앞서 사전에 극한 홍수 상황을 가정한 모의훈련을 상반기 두 차례 끝냈고, 이제 홍수기 중에는 상황에 대응해 피드백을 하면서 보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사의 기본적인 물 관리 의사 결정은 기상청에서 받은 강우 예보를 토대로 홍수 분석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환경부(홍수통제소)의 승인을 받아 방류량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올해부터 한강,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금강 등 5대강 유역을 대상으로 구축한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 장비, 사물 등을 가상 세계에 구현한 것) 물 관리 기술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기존 기상 시스템과 CCTV, 홍수분석 시스템, 데이터 등을 통합해 직관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8월 이례적인 폭우로 영산강·섬진강 유역 등에 침수 피해가 난 것을 계기로 이듬해부터 섬진강을 대상으로 치수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해, 지난해 5대강 전체 유역에 대한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
채 차장은 "2020년 7∼8월 강남역 일대가 침수되고 대전의 한 아파트가 물에 잠기는 등 100년 빈도의 국지적인 폭우가 발생했다"며 "기후 재난으로 기상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치수 업무를 좀 더 과학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플랫폼을 만들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댐 방류 때 영향을 받게 되는 세월교·고수부지·축제장 등 하류의 취약 시설을 조사해 입력했고, 행락객 정보도 CCTV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환경부에서 제작한 홍수위험지도(전국 하천 주변 침수 위험이 있는 곳을 표시한 지도)와 저수지 지형을 측량한 정보도 포함됐다.
이전에는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댐의 위치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그래프나 수치 형태의 자료를 분석해야 했지만,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댐의 위치는 물론 현재 수위와 유입량, 방류량 등을 한눈에 시각화해 볼 수 있다.
김진곤 디지털물관리부 차장은 "구름대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레이더 강우 자료를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유입량을 알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와 소통하면서 실시간으로 댐 방류량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댐에서 초당 500t, 1천t을 각각 방류할 경우 예상 수위를 비교하거나 항공사진과 등고선·시설물 등을 담은 그림 사진을 비교할 수 있는 '스플릿 뷰' 프로그램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김 차장은 "전국 지사와 화상회의를 통해 영상을 공유하고, 업무 담당자들이 디지털 트윈 기술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모의훈련을 잘 끝냈고, 올해 시범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 관리 업무를 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을 묻자 직원들은 '균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마철에는 다목적댐 관리를 통해 치수(홍수 재해 방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수(하천수 이용) 또한 공사의 주된 업무이기 때문이다.
침수 우려가 있는 저지대 등 하천 하류 주변 지역에 미칠 피해도 고려해야 하고, 이듬해 봄철 가뭄도 대비해야 해 폭우예보가 있다고 해서 무한정 방류량을 늘릴 수는 없다고 공사는 설명했다.
채 차장은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며 "지자체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의사결정 하는 것이 공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도 "여름에는 일시적으로 가뭄 상황이 해소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내년 봄철 가뭄까지 그 주기를 감안해서 치수와 이수의 역할을 적절히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