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진출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진출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현지 법인장들과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열린 보반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내용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조금 전 끝난 베트남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 기업들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려면 금융 지원이 필요한데 우리 금융기관들의 법인이나 지점 설립이 신속하게 진행이 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림첨단산업이 기술과 자본을 가지고 베트남에서 희토류를 개발하려고 하는데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베트남이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교통신호통제 같은 분야의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등 한국 기업들의 요청사항을 트엉 주석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 대표적 애로사항으로 꼽는 한국 인력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고용허가나 비자 발급 지연에 대해서도 해결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트엉 주석에게)한국의 핵심 인력이 들어와서 빨리 세팅을 해야 베트남 인력 고용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트엉 주석도 이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롯데 "쇼핑몰 사업기간 연장 필요"

이후 전자, 자동차, 화학·섬유, 항공기 부품, 반도체, 희토류, 유통, 식품·문화, 건설, 금융,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현지 진출 기업인들은 베트남 시장 상황과 자신들이 처한 애로사항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최주호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복합단지장(부사장)은 “베트남에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13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으며, 지난해 650억달러를 수출해 베트남 전체 수출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현지에서 높은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단지장은 “다만 최근에 심각한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전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베트남에 전력 생산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인원 현대자동차 법인장은 “현대차는 베트남에서 승용차 부문 2위, 상용차까지 포함시 1위의 자동차 판매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했다”며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재 개별 기업에게 맡겨져 있는 충전소 같은 인프라 구축을 베트남 정부가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진출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진출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효성의 김경환 법인장은 “효성은 베트남을 주요한 생산기지로 인식하고 있으며 7개 법인이 2022년도 32억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4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다만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소방, 건축허가가 차질 없이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김준영 롯데 법인장은 “백화점, 마트, 호텔 등 16개 롯데 계열사가 투자해 온 누적 실적이 3조4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베트남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웨스트레이크 지역에 짓고 있는 종합쇼핑몰이 7월 개장 예정인데 이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선 사업기간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원을 요청했다.

성림첨단산업 방승태 법인장은 “베트남은 희토류 매장량이 세계 1위로 작년 10월에 진출하여 25년에 연간 5000t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는 250만대의 전기차에 들어갈 영구자석을 제조할 수 있는 규모”라고 소개했다.

방 법인장은 “현재 베트남 현지 파트너 기업을 찾고 있고, 조만간 정련 관련 시범공장 인허가를 신청할 예정인데 신속하게 허가가 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베트남 정부로부터 인허가 취득에 어려움이 많으신 것 같다”며 “오늘 총리와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으니 지금 얘기해주신 내용들을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했다.

尹 "베트남 유학생 교육기회 확대할 것"

기업들은 현지 우수인력 확보와 관련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남형욱 법인장은 “베트남에서 항공기 엔진 부품을 제작한다고 하니 처음에는 GE나 롤스로이스 같은 기업들이 품질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지금은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 기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면서 “항공 분야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 인력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석명수 LG디스플레이 단지장은 “LG는 2013년부터 베트남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LG 계열사들이 위치한 하이퐁시 전체 매출의 47%를 LG가 차지할 정도로 하이퐁 발전을 견인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며 “다만 인력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한국의 우수한 공학대학과 협력해 베트남 대학에 전기전자 전용학과를 개설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3일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3일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나마이크론 정원석 법인장은 “하나마이크론은 반도체 패키징을 전문으로 하는 후공정 업체로 현재 3억4000만달러 투자 규모를 향후 10억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법인장은 “단순 생산인력은 산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충원이 가능하나, 반도체 분야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인력은 반도체 전문학과와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공통적으로 인력 조달의 어려움을 많이 얘기하시는 것 같다”며 “베트남 유학생 T/O를 늘려 한국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다 확대하거나 베트남 현지의 산학연계 과정에 한국의 교수진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우리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신한은행 "베트남 신용규제로 어려움 있다"

콘텐츠와 식품, 건설, 금융, 법률서비스 분야 기업들도 윤 대통령에게 베트남에서 벌이는 사업을 설명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CJ 장복상 법인장은 “CJ는 베트남을 K-컬쳐, K-푸드가 동남아와 유럽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생각해 투자도 확대하고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 참여해 현지에서 대박을 거둔 작품들이 많다”며 “친환경 사료 같은 새로운 분야에도 진출할 예정인데 베트남 정부와 협조가 잘 진행되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안국진 대우건설 법인장은 “베트남은 건설 사업에 있어 민간투자 비중이 높아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높다”며 “스타레이크 지역에 56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중인데 삼성 R&D 센터, 호텔 등이 위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 법인장은 “다만 현재 지연되고 있는 베트남 정부의 13개 부처 이전 계획이 신속히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강규원 신한은행 법인장은 “신한은행은 베트남에 47개 지점을 열고 있는 제1위 외국계 은행이지만 점유율은 2% 정도로 높지 않다”며 “베트남은 전년도 대비 일정 비율 이하만 대출 증가를 허용하는 신용성장율 규제가 있는데 이 제도로 인해 작은 규모의 은행이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홍배 파트너는 “한국의 6대 로펌이 베트남에 다 진출해 있고 대기업의 경우 정부 인허가 외에 큰 법률적 문제를 겪고 있지는 않다”면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진출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진출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자리를 마무리하며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생생한 얘기들을 듣게 되니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고, 막연한 생각이 구체화 돼 성과와 어려움을 체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정부는 기업들의 얘기를 듣고 해결해주는 것이 본연의 업무로 언제든지 공관과 담당 부처 공무원들을 접촉하여 지원이 필요한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얘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노이=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