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외국인 순매수 행렬에 힘입어 반등하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주식을 팔기 시작한 외국인이 대형 반도체주는 여전히 쓸어담고 있어서다. 반도체 업황 반등에 더해 인공지능(AI) 관련 고성능 반도체 수요까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7만전자' 안착, 외국인이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23일 0.42% 오른 7만16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달 내내 7만원 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하던 삼성전자는 이틀 연속 오름세로 장을 마치면서 투자자를 안심시켰다. SK하이닉스는 이날 0.35% 하락했지만 코스피지수(-0.91%) 대비 양호한 성적표를 보였다.

반도체주가 선방한 것은 외국인 순매수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 6월 초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 999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1915억원어치를 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4627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0.27% 하락하는 동안 KRX 반도체지수는 이런 외국인 순매수세 등에 힘입어 3.85% 상승했다.

외국인의 반도체 사랑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과 관련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16Gb(기가비트) 2G×8 3200㎒’의 현물 가격은 지난 19일 2.992달러에서 21일 3.024달러로 올랐다. 메모리 반도체의 대량 매매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건 ‘고정 거래 가격’인데, 현물 가격은 시차를 두고 고정 거래 가격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 4분기부터 북미에 고대역폭메모리(HBM)3 공급을 본격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사의 D램 매출에서 HBM3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6%에서 내년 18%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HBM은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다. 증권사들은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평균 목표주가는 지난 4월 10일부터 6월 20일까지 두 달여간 평균 8만1400원에서 8만4227원으로 높아졌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