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상장사의 배당액이 줄어드는 가운데 컴투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컴투스는 에스엠에 투자해 이익을 거둬 특별 분기배당에 나섰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컴투스는 최근 149억원 규모의 특별 분기배당 계획을 공시했다. 특별배당이란 결산 후가 아닌 사업연도 기간에 실시하는 배당을 의미한다. 이번 특별배당의 배당금은 1주당 1300원이다. 오는 30일 기준 컴투스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컴투스가 연말 배당 이외의 특별 분기 배당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배당금 지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특별 배당 안건을 의결하기 위한 이사회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공시하겠는 방침이다.

국내 상장사의 배당금은 줄어들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이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28조5000억원 규모로 1년 전보다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별로 보면 코스피 상장사가 지급한 배당금은 전년 대비 7% 줄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1.6% 감소했다.

예정에 없던 배당 소식에 투자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한 투자자는 컴투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배당줘서 정말 좋다, 주가만 제자리로 가면 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투자자는 "주가의 2%를 공짜로 주는 데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미지=컴투스
이미지=컴투스
컴투스의 주가는 6만9000원으로 2018년 기록한 고점(18만6600원)에 비하면 37% 수준이다. 반토막 이상이 난 셈이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영업손실을 기록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이 컴투스에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치는 약 8만8000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컴투스가 특별배당을 한 배경엔 투자 성과가 있다. 컴투스는 지난해 10월 약 674억원으로 에스엠 지분 4.2%(99만1902주)를 확보아고 있었다. 올해 3월 카카오 공개 매수에 참여해 주당 15만원에 약 43만7000주를 처분했다. 컴투스는 이를 통해 총 657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에스엠 지분 인수 금액의 대부분을 회수하게 됐다. 컴투스가 가진 에스엠 잔여주식 55만4000여주의 가치는 600억원에 달한다. 실질적인 투자 차익만 600억원가량인 셈이다.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거세진 점도 특별배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의 소액주주들은 주주행동 모임을 구성해 4%가량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상 의결권이 있는 지분 3% 이상을 확보하거나 6개월 전부터 1% 이상을 보유하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1분기 기준 컴투스의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58.92%에 달해 사측은 소액주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컴투스 소액주주모임은 경영진에 공개 서한을 보내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특별 배당을 실시했던 휠라홀딩스도 상황이 비슷했다. 휠라홀딩스는 작년 3분기 말을 기준으로 500억 규모의 특별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56.8%에 달했다.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은 꾸준히 개인회사 피에몬테를 통해 휠라홀딩스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피에몬테는 휠라홀딩스의 최대 주주다.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배당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배당이 경영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배당은 주주의 중요한 권리로 회사의 배당 규모를 보고 계속 투자할 것인지 매도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금리가 인상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최근 상황에선 배당을 하기보다 사내에 현금을 유보해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 의사결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점은 합리적인 배당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