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범벅 주저앉은 소방관 "빨리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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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차 베테랑 소방관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대 정형호 소방위
해운대 호텔 화재 골든타임 사수 직감…20㎏ 장비 착용하고 구조
'뒤통수만 보고 알아봤다' 아내 말에 뭉클…"큰 인명피해 없어 보람" 해운대 호텔 화재 당시 땀에 흠뻑 젖은 구조대원이 주저앉아 숨을 고르는 한장의 사진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올해로 22년 차 베테랑 소방관인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단 특수구조대 정형호(44) 소방위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연기에 고립된 투숙객 인명구조 임무를 수행한 정 소방위는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구조 임무 중에 공기 잔량이 최하위까지 떨어져 장비 교체를 위해 지상으로 잠시 내려와 숨을 고르던 찰나에 구조된 투숙객이 이 모습을 촬영하신 것 같다"고 말하면서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7층까지 두 번, 17층까지 한번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인명구조를 하다 보니 1천m를 (왕복)세 번 달린 느낌이었다"며 "장비를 교체하는 동안 방호복을 잠시 벗고 열을 빼내고 있었는데 어떻게든 다시 빨리 올라가 투숙객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과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 소방위는 출동 당시와 구조 과정에서 아찔했던 상황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피서철 투숙객이 많이 모여 있는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호텔 지하 6층 폐기물에서 불이 났다는 최초 신고 내용을 전파받는 순간 골든타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중시설 지하 화재는 베테랑 소방관도 겁나는 '지옥 같은 현장'이라고 표현했다.
정 소방위는 "지하에 불이 나면 연기가 갇혀 진입이 힘들어 진화가 어렵다"며 "연기가 순식간에 비상계단 등 대피로로 올라와 탈출 공간이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소방 생활을 하며 경험해왔기 때문에 지하에 불이 나면 겁부터 나기도 하지만, 연기가 분명 위로 올라가는 것을 알고 있어 어떻게든 빨리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착 당시 이미 비상계단에 연기가 가득한 상황이었고 7층에서 내려오고 있는 투숙객 30∼40명을 만났다"며 "유해가스를 한 모금만 마셔도 패닉이 온다는 걸 알기에 일단 시야 확보를 하며 투숙객들이 1층까지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회상했다.
정 소방위는 "다시 7층으로 올라갔는데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투숙객이 있어 보조 마스크를 씌워 1층으로 구조했고 비상계단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17층까지 올라가다가 공기가 떨어져 1층으로 뛰어 내려왔다"고 말했다.
정 소방위는 지상에서 장비를 교체하고 숨을 고른 뒤 다시 객실 수색을 위해 마스터키를 가지고 뛰어 올라가 11층부터 15층까지 전 객실을 수색했다.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고 안내방송이 없었던 탓에 놀랍게도 그 시간까지 객실에 남아 있던 투숙객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고층 건물 화재 시 총 20㎏에 육박하는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세트를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아령 10㎏ 2개를 손에 들고 계단을 오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 소방위는 "특수 방화복이다 보니 무릎이 안 굽혀져 몸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 안전 장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소방 장비가 더 발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 소방위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고층 건물이 많은 부산 지역 소방관들이 평소 계단 오르기 훈련을 특히 많이 한다"며 "저도 젊은 대원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체력 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소방위는 언론 기사를 본 아내의 전화를 받고 사진이 찍힌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얼굴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아봤냐고 했더니 '남편 뒤통수만 봐도 나는 안다.
고생했다'는 아내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사진이 찍혀 자신이 조명을 받았지만, 아찔했던 화재 현장에서 한 발 더 움직여 인명피해를 막은 동료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 소방위의 사진을 공유하며 "어느 사진보다 아름답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해운대 호텔 화재 골든타임 사수 직감…20㎏ 장비 착용하고 구조
'뒤통수만 보고 알아봤다' 아내 말에 뭉클…"큰 인명피해 없어 보람" 해운대 호텔 화재 당시 땀에 흠뻑 젖은 구조대원이 주저앉아 숨을 고르는 한장의 사진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올해로 22년 차 베테랑 소방관인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단 특수구조대 정형호(44) 소방위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연기에 고립된 투숙객 인명구조 임무를 수행한 정 소방위는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구조 임무 중에 공기 잔량이 최하위까지 떨어져 장비 교체를 위해 지상으로 잠시 내려와 숨을 고르던 찰나에 구조된 투숙객이 이 모습을 촬영하신 것 같다"고 말하면서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7층까지 두 번, 17층까지 한번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인명구조를 하다 보니 1천m를 (왕복)세 번 달린 느낌이었다"며 "장비를 교체하는 동안 방호복을 잠시 벗고 열을 빼내고 있었는데 어떻게든 다시 빨리 올라가 투숙객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과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 소방위는 출동 당시와 구조 과정에서 아찔했던 상황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피서철 투숙객이 많이 모여 있는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호텔 지하 6층 폐기물에서 불이 났다는 최초 신고 내용을 전파받는 순간 골든타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중시설 지하 화재는 베테랑 소방관도 겁나는 '지옥 같은 현장'이라고 표현했다.
정 소방위는 "지하에 불이 나면 연기가 갇혀 진입이 힘들어 진화가 어렵다"며 "연기가 순식간에 비상계단 등 대피로로 올라와 탈출 공간이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소방 생활을 하며 경험해왔기 때문에 지하에 불이 나면 겁부터 나기도 하지만, 연기가 분명 위로 올라가는 것을 알고 있어 어떻게든 빨리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착 당시 이미 비상계단에 연기가 가득한 상황이었고 7층에서 내려오고 있는 투숙객 30∼40명을 만났다"며 "유해가스를 한 모금만 마셔도 패닉이 온다는 걸 알기에 일단 시야 확보를 하며 투숙객들이 1층까지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회상했다.
정 소방위는 "다시 7층으로 올라갔는데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투숙객이 있어 보조 마스크를 씌워 1층으로 구조했고 비상계단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17층까지 올라가다가 공기가 떨어져 1층으로 뛰어 내려왔다"고 말했다.
정 소방위는 지상에서 장비를 교체하고 숨을 고른 뒤 다시 객실 수색을 위해 마스터키를 가지고 뛰어 올라가 11층부터 15층까지 전 객실을 수색했다.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고 안내방송이 없었던 탓에 놀랍게도 그 시간까지 객실에 남아 있던 투숙객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고층 건물 화재 시 총 20㎏에 육박하는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세트를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아령 10㎏ 2개를 손에 들고 계단을 오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 소방위는 "특수 방화복이다 보니 무릎이 안 굽혀져 몸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 안전 장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소방 장비가 더 발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 소방위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고층 건물이 많은 부산 지역 소방관들이 평소 계단 오르기 훈련을 특히 많이 한다"며 "저도 젊은 대원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체력 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소방위는 언론 기사를 본 아내의 전화를 받고 사진이 찍힌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얼굴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아봤냐고 했더니 '남편 뒤통수만 봐도 나는 안다.
고생했다'는 아내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사진이 찍혀 자신이 조명을 받았지만, 아찔했던 화재 현장에서 한 발 더 움직여 인명피해를 막은 동료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 소방위의 사진을 공유하며 "어느 사진보다 아름답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