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잘 붇는 체형에 스트레스도…안무 기술·표현력 더 노력했죠"
"출산 후 복귀 무대 커튼콜서 울컥…앞으로도 계속 춤추고 싶어"
'무용계 아카데미상' 강미선 "한국 발레 세계에 알리고 싶어"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춤추고 싶어요."

20일(현지시간)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의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중국 국립발레단의 추윤팅과 공동 수상한 강미선(40)은 발레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가진 무용수다.

시상식 직후 이어진 갈라 콘서트까지 마친 강미선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실 마음을 비우고 있어서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호명되는 순간 정말 놀랐고,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미선은 시상식이 열린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한국 발레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데도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날 강미선은 발레리노 이동탁과 함께 '미리내길' 공연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이야기다.

다음날 열리는 갈라 콘서트에서는 '춘향'을 공연한다.

강미선은 "한국적인 발레를 볼쇼이 극장에서 보여드릴 수 있어 굉장히 감격스럽고, 한편으로는 뿌듯하다"며 "러시아 관객들이 한국인의 정서인 '한' 같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많이 호응해주셨다. 공연을 마치고 나서도 극장장님과 관계자들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여전히 춤이 좋다"며 "이번처럼 다른 나라에서 한국 발레를 보여드릴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한국 발레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답했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 21년간 활약 중인 강미선은 누구나 인정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무용수'로지만, 늘 "제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부족하기에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강미선은 시상식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인 지난 14일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발레하며 좋은 일도 많았지만, 속상하고 힘든 일도 많았다"며 "제가 부족한 면이 많다 보니, 그걸 보완하려고 열심히 해왔던 게 지금까지 발레를 오래 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미선은 남들보다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어서 체형관리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발끝으로 서야 하는 발레의 기본 동작이나 여러 번 회전하는 기술 등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데는 근육이 도움 됐지만, 발레리나 가운데는 워낙 마른 체형이 많다 보니 체형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다고 했다.

"제가 체형에 여러 가지 단점들이 있어요. 그런 단점을 보완하려고 (안무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상체의 움직임, 표현력 같은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연구도 많이 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해 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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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 아카데미상' 강미선 "한국 발레 세계에 알리고 싶어"
강미선은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다른 발레단으로 이적 없이 쭉 활동해왔다.

어렸을 때부터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에 이적을 고민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을 많이 봤고, 객원 무용수로 무대에 선 적도 있어서 애정이 크다"며 "짧지만, 해외에서 유학 생활을 끝내자마자 바로 한국에 온 이유도 유니버설발레단 입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발레단이 가진 레파토리 중에서 '심청', '춘향'과 같이 한국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한국무용을 살짝 가미한 퓨전 발레다 보니 외국인들은 생소할 수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자신감도 들고, 애착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무대에 선 그지만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출산 후 복귀 무대라고 했다.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한 이후 5개월 만인 다음 해 3월 '춘향'으로 복귀했다.

복귀까지 이를 악물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고 했다.

그는 "출산하고 오랜만에 무대에 섰는데 많은 팬분이 '기다렸다'고 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커튼콜 때는 정말 감정이 울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올해로 마흔에 접어든 강미선은 나이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현재는 현역 무용수로 무대를 마음껏 누비고 싶다고 했다.

"20대, 30대에는 힘들다는 생각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춤출 때야말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행복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 체력적인 부분이나 여러 가지 걱정이 많아요. 그러니 더 열심히 해야죠. 계속 춤추면서 육아도, 발레단 일도 잘 해내고 싶어요. 나중에는 후배들이나 제자들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싶고요."
'무용계 아카데미상' 강미선 "한국 발레 세계에 알리고 싶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