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원 "부지 처리방안 추후 논의"…노조 "투쟁 이어갈 것" 반발
서울시 "병원 외엔 안돼, 종합의료시설 추진"…갈등 가능성도
서울시 브레이크에도 서울백병원 82년역사 마감…매각 난항 예상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서울백병원이 82년간의 역사를 접고 폐원 수순을 밟게 됐다.

다만 서울시가 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부지·건물 매각 등을 통해 그간의 경영난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하는 데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인제학원 이사회는 20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건물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달 초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제안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통과시켰다.

인제학원은 이사회 후 "서울백병원 부지·건물의 운영 및 향후 처리 방안은 추후 별도의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며 "새 병원 건립, 미래혁신데이타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법인 측은 지난 2004년 이후 20년간 누적된 적자가 1천745억원에 달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해 폐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도심 공동화로 주변 거주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서울백병원은 적자에 허덕여왔다.

서울시 브레이크에도 서울백병원 82년역사 마감…매각 난항 예상
서울백병원 폐원 여부는 중구 저동의 서울백병원 부지가 명동 번화가 바로 앞 '금싸라기' 땅에 위치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아왔다.

교육부가 작년 6월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개정해 이 부지는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병원 폐원에는 상업적 가치가 큰 부지를 매각해 누적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상업 시설로써 해당 부지의 부동산 가치는 2천억~3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날 서울백병원의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게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매각하거나 상업시설로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업시설이 아닌 병원으로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부지를 매수할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서울백병원이 만성적자를 겪은 데에는 병원의 지리적 요인의 영향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 도시계획시설 지정 방침 발표는 서울백병원 매각에 '브레이크'를 걸으려는 시도라는 시각이 많다.

학교법인 측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원을 결정한 만큼 향후 폐원 추진 과정에서 양측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 브레이크에도 서울백병원 82년역사 마감…매각 난항 예상
서울시 측은 이날 이사회가 폐원 결정을 한 뒤에도 해당 부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발표했던 대로 도시계획시설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조만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계획시설 지정은 해당 부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 추진이 가능하다.

관할 구인 중구에서 신청하거나 서울시장이 직접 입안할 수 있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시설 지정을 추진하는 것은 도심 지역 대형 병원 부재로 인한 의료 공백을 우려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서는 노조나 시민사회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서울 시내 대형 병원 중에서는 지난 2008년 이대 동대문병원, 지난 2011년 중앙대 용산병원이 문을 닫았으며, 2019년에는 동대문구 제기동의 성바오로병원이, 2021년에는 중구 묵정동의 제일병원이 각각 폐원했다.

병원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오늘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백병원 폐원안을 통과시켰다"며 "이사회에 협의체 구성에 대한 논의를 건의했다.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백병원 노조가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폐원이 서울 도심의 필수의료 공백과 공공의료 기능 부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서울시 브레이크에도 서울백병원 82년역사 마감…매각 난항 예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