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의원 체포동의안 70건 중 24%만 가결…'범죄 도피수단' 비판도
與 "의원 전원 서약하자", 민주 "의사일정 조정해 비회기 자진출두"
개헌 또는 국회법 개정 통한 제도화 안되면 지속성 담보 어려울 수도
여야 모두 꺼내든 '불체포특권 포기'…약속 실행? 또 말로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잇따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주장하면서 실제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을지, 아니면 과거처럼 또 한번의 '말잔치'로 끝날지 여야 행보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이제 진짜로 포기하자"며 국회의원 모두가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에 서명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전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한 데 대한 반응이다.

다만 김 대표는 "이 대표가 국민들 앞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했다.

그런데 손바닥 뒤집듯 그 약속을 어겼다"며 "국민에 정중한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또 "말로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약속을 지킬지 실천 방안을 제시해달라"고도 촉구했다.

지난 2월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민주당 의원들 반대표로 한차례 부결됐던 만큼,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의 '진정성'이 의심되니 대국민 사과와 함께 세부 방안을 밝히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중대범죄에 대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대선 공약에 포함해 발표했고 6·1 지방선거 충북 지원 유세 때도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100% 동의할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제가 주장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넘도록 먼지 털 듯이 탈탈 털린 이재명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전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이 대표를 비롯해 노웅래·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민주당 또는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4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모두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불체포특권은 헌법 44조가 규정하는 국회의원의 권리다.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다.

제헌국회 때부터 현재까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체포동의안은 총 70건으로, 이 중 가결된 것은 24.2%(17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부결(20건)되거나 임기 만료 폐기 또는 철회(33건)됐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막는 장치로써 의미가 있으나 의원들의 범죄 도피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도 상당했다.

이에 여러 차례 '폐지 논의'가 있었으나 늘 유야무야돼왔다.

여야 모두 꺼내든 '불체포특권 포기'…약속 실행? 또 말로만?
불체포특권을 법적으로 완전히 없애려면 헌법을 바꿔야 하지만, 현재로서 개헌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회법을 개정해 불체포특권을 일부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국회의원이 체포동의안을 수용하거나 일정기간 국회를 열지 않도록 요청하는 의사를 의장에게 서면으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절차를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불체포특권 포기와 관련해 "현행법상 불체포특권 포기를 실천하는 방법은 제가 생각하기엔 '방탄국회'를 열지 않거나 당론으로 가결시키는 것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개헌도, 국회법 개정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의 불체포특권 포기 방법을 거론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우선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에 서명해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지난 3월 의원 51명이 서명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서약에는 부정적이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미 전 국민이 보는 본회의 연설에서 언급한 것 자체가 대국민 약속"이라며 "서약서 제안은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민주당은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비회기'를 만들어 법원에 자진 출두하는 방식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7월부터 8월 말까지는 '비회기'가 많으니 그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된다"며 "회기 중이어도 여야 합의로 의사일정을 변경하면 '비회기'를 임의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국민과 동일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것"이라며 "본회의 표결을 거치는 절차 자체가 특권이니 이걸 버리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방식의 경우 이 대표 이외에 다른 의원 사례에 대해서도 계속 적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