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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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의 고강도 자구안에 포함됐던 전직원 임금 인상분 반납 논의가 한 달 째 진척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만경영 때문에 한전이 천문학적인 적자를 냈다는 논리에 직원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어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2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 경영진은 최근 일주일에 두 번 꼴로 본사와 전국 사무소·지역본부 직원들을 돌며 임금인상분 반납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도 한전은 노사협의회에서 조합원 임금인상분 반납 논의를 했었다. 그러나 노사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한전이 정부의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낙제점(D)을 받아 2만여명 직원이 성과급을 아예 받지 못하게 되면서 직원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전 직원 1명당 600만원 꼴로 성과급을 받았단 점을 감안하면 이미 일정부분 임금이 삭감된 셈이다.

한전 직원들이 임금인상분 반납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전 적자 원인이 근본적으로 전기요금을 묶어놓은 정부에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전의 적자가 마치 직원들의 문제인 양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적자를 이유로 경영평가 D등급을 맞으면서 성과급을 못받게 되자 직원들의 여론은 더 악화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노사 간 이견이 큰 만큼 임금 인상분 반납이 이뤄지기 어렵단 시각도 나온다. 앞서 한전은 2014년에도 대규모 적자 문제로 임직원 임금반납을 추진했지만 노조 반발로 노조원은 제외한 임원급 직원들만 임금 반납을 결정했다. 당시 한전은 ‘부장 이상’ 임·직원에 대해 2013년과 2014년도 임금 인상분 전액을 반납했고, 성과급 또한 노조원 제외 임직원에 대해서만 일부 반납했다.

자구안 실행을 진두지휘할 한전의 사장자리는 정승일 전 사장의 사의 표명 후 한 달 째 공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임금 반납 뿐 아니라 사실상 구조조정에 속하는 지역사업소 통폐합 논의는 민감한 이슈인 만큼 새로 올 사장이 진두지휘해야 속도가 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오는 21일 3분기(7~9월) 전기요금을 결정한다. 한전은 누적 영업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지만, 정부는 에너지 가격 하락과 국민 부담 증대 등을 이유로 요금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55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에도 7조4006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슬기/박한신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