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사진=연합뉴스
"투자로 경쟁사 대비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합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취임 5년차(6월29일)를 앞둔 최근 임직원들 앞에서 이 같은 화두를 꺼냈다. 올들어 이 같은 말을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 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LG그룹 사장단 협의회 '미래를 대비한 사업 재편'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의 발언을 전후해 그룹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부실 사업을 수술대에 올렸다. 여기에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6조원 규모의 현금도 마련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5월 말 열린 LG그룹 사장단 협의회에서 "변화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변화를 주도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구본무 선대회장의 말도 인용했다. 사업재편을 통해 미래를 철저히 대비하자는 의미로 해석됐다.

구 회장 발언에 맞춰 그룹의 새판짜기도 본격화됐다. LG화학이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부사장)은 전날 사업부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다"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지분매각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실이 깊어진 화학사업 일부를 수술대에 올린다는 뜻이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4분기에 16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5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노 부사장은 구조조정의 배경에 대해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구조적 공급 과잉 이슈가 겹쳐 시황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진단했다.

여기에 전방위에서 6조원가량의 현금을 조달했다. LG그룹의 총조달 금액은 5조807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조달금액(8450억원)의 7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올해부터 오는 29일까지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유플러스 등 LG그룹 계열사들은 회사채로 3조8070억원을 조달한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2조원어치를 매각할 계획이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81.84%를 보유하고 있다. 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전방위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배터리·소재·전장사업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LG그룹이 2021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한 수준만큼의 대규모 사업재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광모 회장이 회사 명운을 바꿀 두 번째 승부수를 띄었다는 평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