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물수능 논란’과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질책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공교육 교과 과정에 없는 문제를 수능에 출제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브리핑 과정에서 잘못 전달해 교육 현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 부총리가 지난 15일 용산에서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업무보고 때 언급한 팩트를 오해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저희가 정정 브리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15일 윤 대통령에게 교육개혁 진행 상황과 관련한 보고를 한 뒤 브리핑에서 “수능과 관련해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 사항을 소개했다. 그로부터 약 4시간 뒤 대변인실은 기자단에 브리핑 내용을 정정하면서 윤 대통령 지시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로 바꿨다.

이 부총리 브리핑 뒤 “윤 대통령이 ‘쉬운 수능’을 요구했다”고 받아들이는 여론이 확산한 건 대통령의 당초 발언의 취지가 왜곡돼 나갔기 때문이라고 대통령실은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 부총리가 언급한 ‘학교 수업’과 대통령의 ‘공교육 교과과정’은 전혀 다른 말”이라며 “학교마다 쓰는 교과서가 다르고 수업 내용도 다른데 단순히 수업에 나온 내용만 갖고 수능을 내겠다고 하면 수험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냐”라고 했다.

이어 “시험문제를 학교 수업이나 교과서에서만 내겠다고 하면 결코 변별력을 가질 수 없다”며 “공교육 교과과정으로 폭을 넓히면 단순히 교과서에 나온 것뿐 아니라 관련된 내용들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1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실무 당정협의회를 열고 사교육비 절감 방안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