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훼손에 수년 전부터 다른 곳으로 이전…올해 약 30마리 나타나
포항흥해 해변 머물던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옮긴 까닭은
매년 봄과 여름에 경북 포항을 찾던 쇠제비갈매기의 서식지가 바뀌었다.

18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쇠제비갈매기는 지난 수년간 포항에서는 북구 흥해읍 일대 바닷가에 터를 잡고 새끼를 키웠다.

쇠제비갈매기는 전국 바닷가 자갈밭이나 강가 모래밭에서 서식하는 여름새다.

지난해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멸종위기등급 관심대상 동물이다.

일반 갈매기보다 몸집이 작고 꽁지 형태가 제비와 비슷하게 생겨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쇠제비갈매기는 흔히 볼 수 있는 갈매기 종류와 달리 생김새가 독특하다가 보니 생태사진작가들한테는 관심을 받아왔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 번식하고 필리핀, 호주, 인도, 스리랑카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국내에선 부산 낙동강 하구 모래섬, 금강 주변 등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였으나 환경 변화로 점차 서식지가 변했다.

전북 군산 새만금사업지구에 5천여 마리가 서식해 비교적 많이 살고 포항, 영덕 등 경북 동해안에도 서식한다.

내륙인 안동 낙동강 모래섬에도 수십 마리가 번식하고 있다.

포항흥해 해변 머물던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옮긴 까닭은
포항에 쇠제비갈매기 서식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태사진작가나 동물 애호가들은 알음알음으로 찾아와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곤 했다.

특히 쇠제비갈매기가 알을 낳은 뒤 부화한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찍으려는 사람이 많았다.

솜털이 난 쇠제비갈매기 새끼가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귀엽다"란 감탄사가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포항시는 쇠제비갈매기 보호를 위해 안내판을 세우고 인력을 동원해 관리해 왔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안내판이 서 있음에도 서식지로 산악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서식지 환경을 악화시켰다.

수년 전 일부 사진 동호인은 사진을 찍으려는 욕심에 새끼가 둥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모래를 높이 쌓거나 새끼 다리를 묶어 손가락질받기도 했다
이렇게 서식지 환경이 훼손되다가 보니 지난해에는 포항 흥해읍 해변에 쇠제비갈매기가 전혀 날아오지 않았다.

대신 인근 다른 해변에 터를 잡고 알을 낳아 키우는 모습이 보였다.

서식지 보호를 위해 지명을 밝히긴 어렵지만 이 해변은 수년 전부터 쇠제비갈매기 일부 개체가 서식하던 곳이다.

드나드는 사람이 드물어 새끼를 키우기에 비교적 적합한 곳이다.

올해도 쇠제비갈매기는 흥해읍 해변에 서식하지 않고 이 해변에 30마리가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생태사진작가는 "사람에 의해 환경이 훼손되니 쇠제비갈매기가 서식할 수 있겠느냐"며 "지금 서식지라도 잘 보존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항흥해 해변 머물던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옮긴 까닭은
포항흥해 해변 머물던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옮긴 까닭은
포항흥해 해변 머물던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옮긴 까닭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