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 무비] ⑧마약이란 덫에 걸린 청춘들…'트레인스포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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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영상이 문자를 압도하는 시대를 맞았습니다.
연합뉴스는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 시대에 발맞춰 전북지역 현안과 사건·사고를 톺아보고 이를 영화, 문헌과 접목해 인문학적 고찰을 시도하는 기사를 2주에 한 번씩 10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대부분의 청춘은 불안하다.
돈은 부족하고 여유 있는 건 시간뿐이다.
여기에 남은 시간을 담보로 젊음을 축내는 '잉여 인간들'이 있다.
이기 팝의 'Lust For Life'가 울려 퍼지며 마크 렌턴(이완 맥그리거)이 경비원들의 추적을 피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거리를 내달리는 영화 도입부부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클로즈업된 그의 얼굴에는 조롱기 어린 웃음이 가득하다.
그러고는 렌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인생을 선택하라. 직업을 선택하라. 경력을 선택하라. 가족을 선택하라. 직업을 선택하라. 미래를 선택하라. 그런데 내가 왜 이런 것들을 선택해야 하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
에든버러 뒷골목에 사는 렌턴과 사회 부적응자 친구들은 생의 목표 없이 마약에 절어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이다.
마약하고 끊고 다시 마약을 하기 위해 실업수당을 받고 또 약을 한다.
갓난아이 앞에서도 마약을 하며 환상을 좇는다.
탈출구가 없다.
마약을 끊는 가장 큰 걸림돌은 친구들이다.
친구들을 보면 자신을 보는 것 같다.
렌턴은 단약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지만 이내 좌절한다.
마약을 끊으려고 노력할 때 죽은 아기의 환영이 계속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그는 "삶이 완전히 끝장날 때까지 망가지는 거다"라며 마약의 늪으로 다시 빠져들게 된다.
에든버러를 떠나 잉글랜드 런던에서 부동산 중개를 하면서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친구들이 다시 찾아오면서 렌턴은 예전으로 되돌아간다.
친구들과 마약을 팔아 큰돈을 번 렌턴은 친구들이 잠든 사이 돈 가방을 훔쳐서 거리를 정신없이 뛰어가면서 중얼거린다.
"나도 당신처럼 살 것이다.
"
1996년 영국 감독 대니 보일이 연출한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은 내일이 없는 청년들을 그린 블랙 코미디물이다.
영화는 마약을 '멋진 취향'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개봉 당시 일부 평론가는 영화가 마약을 멋진 것으로 그리지는 않았지만, 마약 중독자에 대해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어떤 도덕적 입장도 취하지 않겠다는 대니 보일 감독의 태도는 이 영화의 본질 중 하나다.
감독은 "결국엔 파괴하고야 말 그런 행동들을 합리화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그들의 젊은 영혼을 찬양할 뿐이다.
이 영화는 젊음에 대한 영화이고 20대에나 할 수 있는 모든 미친 짓에 대한 송가"라며 마약을 찬양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트레인스포팅은 철도역에 들어오는 열차의 번호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뜻한다.
어빈 웰시의 원작 소설에서는 마약 중독자의 팔에 난 주삿바늘 자국들이 기찻길을 연상시키는 걸 가리키는 비유법으로 사용된다.
어빈 웰시는 이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다.
스타일리쉬한 영상과 음악으로 도배된 '트레인스포팅'은 1990년대에 가장 뛰어난 영국 영화로 꼽히며 '도발적인 팝 컬처 영화' 등의 호평을 받았다.
렌턴이 마약 과용으로 응급실로 실려 가면서 루 리드(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 리더)의 'Perfect Day'가 흐르는 장면과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더러운 화장실'의 변기 밑을 유영하면서 좌약식 마약을 찾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1980∼90년대의 스코틀랜드처럼 전국이 마약에 물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3년간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한 곳도 빠짐없이 검출됐다고 최근 밝혔다.
필로폰은 3년 연속 조사 대상 34개 하수처리장 모두에서 검출됐으며 1천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20㎎ 내외로 나타났다.
전북지역 마약사범도 최근 5년 새 82%가량 급증했다.
대검찰청 마약류 사범 단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은 274명에 이른다.
2017년 150명보다 5년 새 124명이 증가한 수치다.
2018년 140명, 2019년 266명, 2020년 274명, 2021년 204명이었다.
지난해 마약사범을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57명(27.9%)으로 가장 많았다.
10대도 2020년까지 없었으나 2021년 3명, 지난해 4명이 검거됐다.
이처럼 마약사범이 증가 추세를 보이자 전북도는 약국과 의료기관, 대마 재배 등 마약류 취급자를 지도 점검하고, 학교와 학원가 주변 의약품 광고와 제공 행위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또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기관과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확대하고 마약류 중독자의 사회복귀 지원 및 재범 방지 교육을 강화한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의 저자 오후(필명)는 우리가 마약에 대해 가진 두 가지 생각을 '삶을 파탄 내는 악마의 약'과 '대체 어떤 기분일까? 호기심의 약'으로 구분한다.
무언가를 잘 모를 때 우리는 보통 그것을 혐오하거나 동경한다.
마약을 동경한 렌턴은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 청춘을 허비했다.
렌턴과 그 친구들의 20년 후의 모습을 그린 'T2: 트레인스포팅 2'에서도 친구 일부는 마약을 끊지 못한 채 지리멸렬한 삶을 이어간다.
전북경찰청 마약 수사 경찰관은 "한 번 맛본 마약은 바닥을 칠 때까지 헤어 나올 수가 없다"며 "절대 손대선 안 되는 게 마약"이라고 경고한다.
마약은 동경의 대상보다는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
※ 참고 문헌 : 오후 지음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브렌트 던햄 엮음 '대니 보일 역동적 스타일리스트',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 책임 편집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
/연합뉴스
연합뉴스는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 시대에 발맞춰 전북지역 현안과 사건·사고를 톺아보고 이를 영화, 문헌과 접목해 인문학적 고찰을 시도하는 기사를 2주에 한 번씩 10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대부분의 청춘은 불안하다.
돈은 부족하고 여유 있는 건 시간뿐이다.
여기에 남은 시간을 담보로 젊음을 축내는 '잉여 인간들'이 있다.
이기 팝의 'Lust For Life'가 울려 퍼지며 마크 렌턴(이완 맥그리거)이 경비원들의 추적을 피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거리를 내달리는 영화 도입부부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클로즈업된 그의 얼굴에는 조롱기 어린 웃음이 가득하다.
그러고는 렌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인생을 선택하라. 직업을 선택하라. 경력을 선택하라. 가족을 선택하라. 직업을 선택하라. 미래를 선택하라. 그런데 내가 왜 이런 것들을 선택해야 하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
에든버러 뒷골목에 사는 렌턴과 사회 부적응자 친구들은 생의 목표 없이 마약에 절어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이다.
마약하고 끊고 다시 마약을 하기 위해 실업수당을 받고 또 약을 한다.
갓난아이 앞에서도 마약을 하며 환상을 좇는다.
탈출구가 없다.
마약을 끊는 가장 큰 걸림돌은 친구들이다.
친구들을 보면 자신을 보는 것 같다.
렌턴은 단약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지만 이내 좌절한다.
마약을 끊으려고 노력할 때 죽은 아기의 환영이 계속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그는 "삶이 완전히 끝장날 때까지 망가지는 거다"라며 마약의 늪으로 다시 빠져들게 된다.
에든버러를 떠나 잉글랜드 런던에서 부동산 중개를 하면서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친구들이 다시 찾아오면서 렌턴은 예전으로 되돌아간다.
친구들과 마약을 팔아 큰돈을 번 렌턴은 친구들이 잠든 사이 돈 가방을 훔쳐서 거리를 정신없이 뛰어가면서 중얼거린다.
"나도 당신처럼 살 것이다.
"
1996년 영국 감독 대니 보일이 연출한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은 내일이 없는 청년들을 그린 블랙 코미디물이다.
영화는 마약을 '멋진 취향'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개봉 당시 일부 평론가는 영화가 마약을 멋진 것으로 그리지는 않았지만, 마약 중독자에 대해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어떤 도덕적 입장도 취하지 않겠다는 대니 보일 감독의 태도는 이 영화의 본질 중 하나다.
감독은 "결국엔 파괴하고야 말 그런 행동들을 합리화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그들의 젊은 영혼을 찬양할 뿐이다.
이 영화는 젊음에 대한 영화이고 20대에나 할 수 있는 모든 미친 짓에 대한 송가"라며 마약을 찬양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트레인스포팅은 철도역에 들어오는 열차의 번호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뜻한다.
어빈 웰시의 원작 소설에서는 마약 중독자의 팔에 난 주삿바늘 자국들이 기찻길을 연상시키는 걸 가리키는 비유법으로 사용된다.
어빈 웰시는 이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다.
스타일리쉬한 영상과 음악으로 도배된 '트레인스포팅'은 1990년대에 가장 뛰어난 영국 영화로 꼽히며 '도발적인 팝 컬처 영화' 등의 호평을 받았다.
렌턴이 마약 과용으로 응급실로 실려 가면서 루 리드(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 리더)의 'Perfect Day'가 흐르는 장면과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더러운 화장실'의 변기 밑을 유영하면서 좌약식 마약을 찾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1980∼90년대의 스코틀랜드처럼 전국이 마약에 물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3년간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한 곳도 빠짐없이 검출됐다고 최근 밝혔다.
필로폰은 3년 연속 조사 대상 34개 하수처리장 모두에서 검출됐으며 1천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20㎎ 내외로 나타났다.
전북지역 마약사범도 최근 5년 새 82%가량 급증했다.
대검찰청 마약류 사범 단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은 274명에 이른다.
2017년 150명보다 5년 새 124명이 증가한 수치다.
2018년 140명, 2019년 266명, 2020년 274명, 2021년 204명이었다.
지난해 마약사범을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57명(27.9%)으로 가장 많았다.
10대도 2020년까지 없었으나 2021년 3명, 지난해 4명이 검거됐다.
이처럼 마약사범이 증가 추세를 보이자 전북도는 약국과 의료기관, 대마 재배 등 마약류 취급자를 지도 점검하고, 학교와 학원가 주변 의약품 광고와 제공 행위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또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기관과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확대하고 마약류 중독자의 사회복귀 지원 및 재범 방지 교육을 강화한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의 저자 오후(필명)는 우리가 마약에 대해 가진 두 가지 생각을 '삶을 파탄 내는 악마의 약'과 '대체 어떤 기분일까? 호기심의 약'으로 구분한다.
무언가를 잘 모를 때 우리는 보통 그것을 혐오하거나 동경한다.
마약을 동경한 렌턴은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 청춘을 허비했다.
렌턴과 그 친구들의 20년 후의 모습을 그린 'T2: 트레인스포팅 2'에서도 친구 일부는 마약을 끊지 못한 채 지리멸렬한 삶을 이어간다.
전북경찰청 마약 수사 경찰관은 "한 번 맛본 마약은 바닥을 칠 때까지 헤어 나올 수가 없다"며 "절대 손대선 안 되는 게 마약"이라고 경고한다.
마약은 동경의 대상보다는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
※ 참고 문헌 : 오후 지음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브렌트 던햄 엮음 '대니 보일 역동적 스타일리스트',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 책임 편집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