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서 건진 3m '나치 독수리상'...비둘기로 재탄생
2006년 우루과이 앞바다에서 인양된 거대한 나치 독수리상이 비둘기 상으로 재탄생한다.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대통령실에서 생중계한 기자회견에서 "오랜 소송 끝에 나치 독수리상을 국가 소유로 인정받게 됐다"며 "동상을 완전히 녹여 얻은 (청동) 재료를 이용해 비둘기 상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치 스와스티카 문양이 새겨진 무게 350㎏ 이상의 이 독수리상은 길이 3m·높이 2m에 육박하는 거대한 규모다. 애초 독일 전함 그라프 슈페호의 선미 부분에 붙어 있었다.

나치 독일은 교전 중 선체 고장을 일으킨 전함을 중립국인 우루과이(몬테비데오 항)로 이동시켰다가 1939년 침몰시켰다. 독수리상 역시 배와 함께 바다로 가라앉았다.

이후 그라프 슈페호 잔해는 2006년 2월 민간 인양업자들에 의해 67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됐고, 문제의 독수리상도 이때 함께 뭍으로 끌어 올려졌다. 동상은 곧바로 해군 관리하에 창고로 직행했다.

인양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2천600만 달러(약 330억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독수리상 소유권을 주장하며 정부와 수년간 법적 다툼을 벌였는데, 최근 우루과이 법원은 최종적으로 정부 손을 들어줬다.

라카예 포우 대통령은 "3년 전부터 이 동상을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 작업을 우루과이의 유명한 조각가인 파불로 아트추가리에게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견에 동석한 아트추가리는아 "증오의 상징을 평화의 상징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에 대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에 오가며 진행하는, 수개월에 걸친 과정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우루과이 정부는 오는 11월 전후 비둘기 상을 완성해 대중에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상 설치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지 일간지인 엘옵세르바도르는 이번 결정에 대해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비 쉰들러 우루과이 중앙 이스라엘위원장은 "(정부의) 놀라운 결정을 기쁨으로 받아들인다"며 "경매에 부쳐 엉뚱한 곳에 쓰일 것을 우려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라며 환영했다.

윌리엄 레이 전 우루과이 국가문화유산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이 문화재는 변형해선 안 된다"며 "20세기의 굉장히 중요한 순간에 대한 증언이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