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 함성에 들썩…"대표팀, 부산에 의미 있는 승리 가져다주길"
4년 만에 울린 대∼한민국 "부산서 꾸준히 A매치 열렸으면…"
"부산이 그래도 우리나라 제2 도시인데 대표팀 경기 한 번이 없어서 서운했죠."
16일 아들, 딸, 아내를 모두 데리고 남구에서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찾은 하모(45) 씨는 4년 만에 부산에서 열리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에 기꺼워했다.

"오늘 손흥민, 아니면 이강인을 보러 왔다"는 하 씨는 21년 전에는 관중이 아닌 자원봉사자로 이 경기장을 찾았다고 한다.

2002년 6월 4일 이곳에서는 한국과 폴란드의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 열렸다.

한국이 폴란드를 2-0으로 격파한 이 경기는 히딩크호 '4강 신화'의 서막이 됐다.

2004년을 마지막으로 장기간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를 유치하지 못한 부산이지만, 2019년 호주와 친선경기를 비롯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 열리면서 지역 축구 팬들에 기쁨을 줬다.

4년 만에 울린 대∼한민국 "부산서 꾸준히 A매치 열렸으면…"
그러나 이날 페루와 평가전이 열리기 전까지 또 4년간 공백이 생겼다.

하 씨는 "부산이 그래도 큰 도시다.

아쉬운 부분"이라며 "이 경기장이 사직야구장이랑 가까이 있는데 항상 그쪽에만 사람이 많다.

'야구의 도시'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부산에도 꾸준히 축구 팬들을 위해 경기를 열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 시민으로서는 오늘이 상징성이 있는 경기다.

대표팀 선수들이 시민들에게 시원한 승리를 가져다주면 좋겠다"고 웃었다.

창원에서 온 강모(34) 씨는 시외버스를 타고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찾았다.

강 씨는 "서울에서 경기가 열렸다면 관전하러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산문수경기장에서 A매치가 열린 적이 있긴 한데, 창원에 사는 내 입장에서는 부산이 더 가까워서 좋다.

사실 울산도 멀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카타르 월드컵에서 손흥민의 활약을 인상 깊게 봤다.

직접 눈으로 손흥민이 뛰는 장면을 보고 싶었는데 오늘 아파서 못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웠다"며 "대신 이강인이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5만명이 넘는 관중을 수용하는 경기장은 좌석이 모두 동나 곳곳이 팬들이 쓴 '붉은 악마 머리띠'가 내는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4년 만에 울린 대∼한민국 "부산서 꾸준히 A매치 열렸으면…"
팬들은 킥오프 전 선수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장내가 떠나갈 듯한 함성을 지르며 대표팀 스타 선수들의 '부산행'을 반겼다.

가장 마지막으로 전광판에 등장한 손흥민의 사진에 동시다발적으로 환호를 보낸 팬들은 경기 시작 10분 전부터 '대한민국' 구호에 맞춰서 응원을 시작했다.

특히 한국 축구의 차세대 간판으로 떠오른 이강인(마요르카)이 오른 측면에서 공을 잡고 드리블을 시도할 때마다 열띤 함성으로 장내 공기를 뜨겁게 달궜다.

서울에서도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안모(28) 씨는 "정확히 9시 57분 기차를 타고 부산에 왔는데 승차할 때부터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보여서 축구 열기를 느꼈다"며 "부산역에 내려보니 또 여러 선수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여기저기 많았다.

여기까지 나만 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