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서 도전·혁신 배운 '톱3 완성차 리더' 정의선 현대차 회장
“정의선 회장의 젊음과 미래 비전이 현대자동차그룹을 ‘패스트 팔로어’에서 ‘진정한 혁신가’로 바꿨다.”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지난해 4월 정 회장을 ‘올해의 자동차산업 선구자’로 선정하면서 내린 평가다. 기존 자동차 회사의 틀을 깨는 광폭 행보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현대차그룹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시켰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이 수상을 기념해 한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꺼낸 얘기는 할아버지인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이었다. 그는 “정주영 창업주가 회사를 설립했을 때부터 우리는 사람들의 삶에 진정한 변화를 주고 싶었다”며 “미래를 창조하고 발전시키려는 야망이 지금도 회사에 뚜렷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서울 청운동 할아버지 자택에서 ‘밥상머리 교육’을 받으며 도전과 혁신 정신을 키웠다. 매일 새벽 5시 가족들과 식사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 자신을 낮추면서 남을 높이는 기본예절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밥상머리 교육 때부터 기른 부지런한 생활 습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정 회장은 해외 출장을 갈 때 빼고는 보통 오후 9시30분에 자고, 오전 5시에 일어난다. 출근은 오전 6시30분이다.

정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광’이기도 했다. 테니스, 수영, 스키 등 운동 실력이 수준급이다. 골프는 드라이버 거리가 230m에 달하는 장타자면서 주말 골퍼로는 수준급인 80대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의 ‘양궁 사랑’은 아버지에 이어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으면서 계속되고 있다.

1993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현대정공(현대모비스)에 입사한 뒤 1년 만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정 회장은 유학 중 어릴 때부터 알았던 지금의 부인과 본격적으로 교제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성(姓)이 같았던 탓에 ‘같은 집안사람 아니냐’며 결혼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때 정주영 회장이 나서 “본이 다르니 혼사를 시켜도 괜찮다”고 지지했다.

그는 소주 두세 병은 거뜬히 마실 정도로 주량이 세다. 특히 친분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자신만의 ‘친친주’를 건넨다. 친친주는 소주와 맥주, 사이다를 일정 비율로 섞은 술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05년 정 회장을 ‘꽃길’이 아니라 ‘험지’인 기아 사장으로 보내 경영 능력을 시험했다. 당시 기아는 국내 레저용차량(RV) 시장 위축 등으로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그는 ‘디자인 경영’을 도입해 기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했다. 2015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발을 이끈 것도 정 회장이다. 제네시스는 고급차 시장에 빠르게 안착해 올해 5월까지 약 95만 대가 팔렸다. 2020년 그가 회장을 맡은 지 3년 만에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판을 뒤집고 있다. 2010년 글로벌 판매 5위에 오른 지 12년 만인 지난해 판매 3위에 등극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6조4667억원을 거두며 세계 1위 도요타마저 넘어섰다.

김일규 기자

▶기사 전문은 한경닷컴(www.hankyung.com) 회원으로 가입한 뒤 로그인하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