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차 베테랑 조효진 PD…"방송사 있을 때보다 제작비 2배는 더 썼죠"
'더 존' PD "요즘 시청자들 취향 맞춰 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옛날 예능 프로그램들이 다시 화제를 끌면서 '요즘 연예인들 예능 너무 편하게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오잖아요.

변화한 시청자들의 취향에 맞춰 더 생동감 있고, 직관적으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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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즌2를 공개한 디즈니+ 예능 '더 존: 버텨야 산다'(이하 '더 존2') 연출을 맡은 조효진 PD는 2006년 'X맨을 찾아라'부터 시작해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범인은 바로 너!' 시리즈 등을 만들어 온 베테랑 PD다.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조 PD는 "이번에는 자막 없이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되는 보기 편한 예능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더 존2'는 유재석, 이광수, 권유리 등 '인류 대표' 3인방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 4시간을 어떻게든 버텨내는 과정을 담은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지난 시즌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화재, 수해 등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스트레스, 통신 장애 등 보다 일상적인 환경을 배경으로 한다.

'더 존' PD "요즘 시청자들 취향 맞춰 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종합병원을 건물 통째로 공포체험 현장으로 탈바꿈하고, 움직이는 '침대차'를 원격 조정해서 대전 카이스트 대학교 교내 곳곳을 누비게 하는 등 남다른 제작 규모가 눈길을 끈다.

조 PD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방송사 예능을 제작할 때와 비교해 제작비를 2배 정도 더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돈도 돈이지만 제작할 때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돈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이디어는 늘 많아요.

근데 매주 방송을 찍어내야 하는 제작 환경에서는 하고 싶었던 것들도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포기하게 되죠. 무리해서 도전하면 그 다음주 촬영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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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존' PD "요즘 시청자들 취향 맞춰 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더 존2'는 앞선 시즌에서보다 서로가 한결 편해진 유재석, 권유리, 이광수의 친남매 같은 케미(호흡)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앓는 소리를 하며 쉽게 포기를 외치는 '겁쟁이 오빠' 유재석, 이광수와 막내임에도 리더 같은 든든한 모습으로 오빠들을 휘어잡는 권유리는 시도 때도 없이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예능 '런닝맨'(2010), '범인은 바로 너'(2018·2019·2021) 시리즈,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2022) 등에서 여러 번 호흡을 맞춘 유재석과 이광수의 조합은 '식상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조 PD는 "신선한 출연진을 섭외해 서사를 쌓아나가며 시청자들을 자연스럽게 동화시키는 예능 프로그램도 있지만, 잘 알려진 분들의 케미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부분이 있어 시청자들이 조금 더 미션 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익숙한 출연진을 데리고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 부담이었다"고 덧붙였다.

2018년 '범인은 바로 너!' 시즌1로 일찍부터 OTT 예능에 발을 들인 조 PD는 "SBS를 나온 지 7년이 됐는데, 방송계가 정말 순식간에 바뀌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방송사, OTT, 유튜브 예능 시청자들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요.

다변화된 세상이니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겠죠. 저 역시 새로운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끔 버라이어티 예능의 구조나 구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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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존' PD "요즘 시청자들 취향 맞춰 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