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모욕적 표현이지만 경찰청장은 광범위한 비판받는 지위"
'경찰청장은 개떼 두목'…모욕 혐의 민경욱 전 의원 무죄(종합)
경찰청장을 '개떼 두목'으로 표현한 비판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모욕 혐의로 기소된 민경욱(60)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권순남 판사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민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민 전 의원은 2020년 9월 25일 당시 김창룡 경찰청장을 '개떼 두목'이라고 표현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현재 경찰은 국민이 아닌 문재인 정권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개'라며 '그 개떼 두목이 김창룡'이라고 썼다.

민 전 의원은 보수단체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려던 차량행진 집회를 경찰이 불법으로 규정하자 비판 글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다음 날에도 '경찰청장이 (차량시위 참여자의 운전)면허를 취소하겠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여기 판사님 한분 모셔왔으니 김창룡 개떼 두목은 무릎 꿇고 앉아서 잘 들어라'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김 전 청장은 대리인을 통해 민 전 의원을 고소하면서 "모욕적인 언사가 섞인 게시물로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는 의견을 경찰에 밝혔다.

이후 민 전 의원은 불구속 입건돼 검찰로 송치됐고, 벌금 70만원에 약식기소되자 지난해 1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는 재판에서 "김 전 청장 개인이 아닌 (당시) 경찰청장을 비판한 글이었다"며 "경찰청장은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민 전 의원이 쓴 글의 당사자가 경찰청장인 점을 고려하면 개떼 두목이라는 표현은 사회적으로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권 판사는 "개떼 두목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의 사회적 평가를 낮출 만한 모욕적 표현"이라며 "경찰청장이라는 직위도 붙이지 않고 그런 글을 써 김 전 청장 개인을 비판하려는 의도 역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쓴 글은 도심 집회 불허 결정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경찰청장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작성됐다"며 "경찰청장은 국민으로부터 광범위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지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 판사는 "글 작성 경위 등을 고려하면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이유가 있는 정당한 행위였다"며 "위법성이 사라져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경찰청장은 개떼 두목'…모욕 혐의 민경욱 전 의원 무죄(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