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당 대표, 당시 전보문 근거로 비판…일 정부는 "확인 불가능" 고수

간토(關東) 대지진 학살 사건 100주년을 앞두고 당시 일본 경찰이 조선인에 의한 방화가 이어져 계엄령을 내렸다는 식의 전보를 전국의 지방 조직에 보냈다는 주장이 15일 일본 국회에서 제기됐다.

"간토대지진 때 일본 경찰이 '조선인 방화' 전국에 전보"
야당 사회민주당 대표인 후쿠시마 미즈호 참의원은 이날 참의원 법무위원회에서 당시 내무성 경보국장이 각 지방에 보낸 전보와 당시 국회 의사록 등을 제시하면서 정부는 책임을 부인하지만, 당시 정부 스스로 유언비어를 내보냈으면서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전보는 당시 경찰 중앙 조직이 조선인들의 방화로 힘든 상황이어서 계엄령을 내린 만큼 각지에서 엄중하게 단속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후쿠시마 의원은 "이게 학살의 엄청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 나가이 류타로 의원도 이 전신문을 들고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나가이 의원도 유언비어를 단속해야 할 정부가 스스로 낸 유언비어에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며 "그러나 (정부는) 지진 직후 발생한 불상사의 이유가 사람들이 퍼뜨린 유언비어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보문은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 전사연구센터 자료실에 보관돼있는 문서다.

그러나 이날 답변에 나선 일본 경찰청 간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없다"며 그동안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간토 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일본의 수도권인 간토 지방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이다.

당시 지진 발생 후 혼란이 수습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퍼지며 수많은 조선인이 자경단, 경찰, 군인에게 학살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아 왔다.

일본에서는 학살 사건 100주년을 앞두고 올해 추도대회, 심포지엄 등의 행사가 예정돼 있다.

(취재보조: 김지수 통신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