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는 언급…정부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소송 등 의식했나
[평양NOW] 6.15남북공동선언 23주년…北, 올해는 침묵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 23주년을 맞았지만, 북한은 작년과 달리 침묵을 지키고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2000년 6월 13일부터 평양에서 분단 이후 최초로 진행된 남북 정상 간 회담의 마지막 날인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동으로 작성해 발표한 선언문이다.

선언문은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 최고지도자들이 합의하고 서명한 것이다.

남북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5개 조항에는 ▲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 ▲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 지향 등이 담겼다.

선언문은 또 2000년 8·15에 즈음해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비전향 장기수 문제 해결 등 인도적 문제의 신속한 해결과 경제협력 및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제반 분야 협력·교류 활성화 등 내용도 포함했다.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신속한 대화와 김정일의 적절한 시기 서울 방문 약속도 담았다.

그러나 북한은 여건 미성숙 등을 이유로 김정일의 서울 답방을 차일피일 미뤘다.

김정일의 서울 답방이 2011년 사망 때까지 지켜지지 않았지만, 북한은 6월 15일을 전후해서는 관영매체를 통해 6.15선언의 중요성을 종종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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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작년 6월 15일 기사에서 "6·15공동선언이 민족의 한결같은 지향과 염원, 시대적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어 발표되자마자 내외의 폭풍 같은 환영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선전매체 '려명'도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숭고한 통일애국 의지와 대용단에 의하여 민족분열 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의 북남수뇌상봉(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고 우리 민족끼리 이념을 핵으로 하는 6·15 공동선언과 그 실천강령인 10·4 선언이 채택·발표"됐다면서 "자주통일의 역사적 이정표를 마련하고 조국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은 특기할 사변"이라고 칭송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가 주최한 릴레이 강연 '통일의 한길에서-조국통일과 해외동포'의 제1차 회의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올해는 6월 들어서도 6·15선언 관련 직접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정기풍 위원은 지난 3월 20일 '려명'에 기고한 논평에서 한미 '자유의방패' 연합연습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외세와 군사적으로 더더욱 공모결탁하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화약내 짙은 대규모 침략 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려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6·15선언 관련 북한의 침묵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2020년 6월 16일)에 대한 정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남북 관계가 갈수록 경색되는 상황 등을 고려한 대응으로 관측된다.

박원곤 동아시아연구원(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이 과거 긍정적이었던 사건을 소환하거나 상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남 공세도 4월 이후 두 달 가까이 조용해 큰 틀에서 경제 상황 등 내부에 집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대대적 미사일 발사에 따른 후유증이 큰 상황에서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가 충격을 줬을 것"이라며 "중국의 '코로나와 공존(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에 따른 고민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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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