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고 캐묻는 일곱살…최고의 철학 선생일 수 있다 [책마을]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안다. 아이가 끊임없이 건네는 '왜?'란 질문이 얼마나 얄밉고 성가신지를.

집을 나서는데 신발을 신지 않으려고 떼쓰는 자녀를 떠올려보자. 아이가 신발을 신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 "신발을 신지 않으면 발을 다친단다" 타이르면 "왜 발을 다치면 안 돼?"란 질문이 돌아온다. "엄마 아빠가 하라면 좀 해!" 소리쳐 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다. "왜 하란 대로 해야 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부모는 보통 자녀에게 억지로 신발을 신기고 현관을 나선다. 하지만 미국 미시간대 법학·철학과 교수인 스콧 허쇼비츠는 조금 달랐다. 그는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제기하는 질문들로부터 철학적 사고를 도출했다.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은 저자가 두 아이 렉스, 행크와 대화를 나누며 떠올린 생각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다시 집 현관. 저자는 신발을 신지 않으려는 렉스로 인해 '권력'과 '권위'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렉스가 자기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부모의 권위'에서 찾는다. 총을 든 강도 앞에선 소지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지만, 이런 권력은 강도의 무기가 없어지면 함께 사라진다.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금품을 내놓게 만드는 권위는 없다. 아이가 부모의 지시에 따르게 하기 위해선 권력이 아닌 권위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린아이와의 대화를 담았지만,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저자는 "아이들은 나의 철학적 사고를 위한 '트로이 목마'일 뿐이다"고 말한다. 철학적 개념에 대한 논쟁의 역사를 꽤 깊이 있게 짚는다. 앞서 권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놨던 여러 철학자의 주장을 해설한다.

예컨대 로버트 볼프는 자율성과 권위가 양립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권위가 결정의 권한을 다른 사람한테 위임하는 행위고, 이게 개인의 자유를 헤친다고 주장했다. 조지프 라즈는 이 관점을 비판했다. 그는 상대방이 자신보다 다양한 지식이 있거나, 조직을 원활하게 굴러가게 하는 등 이득을 가져다줄 때 권위가 도출된다고 했다. 이때 상대방의 지시를 듣는 건 개인의 자발적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책은 철학의 범주에 따라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는 권리, 정의, 처벌 등 도덕적 관념에 대한 사례를 모았다. 이어지는 2부에선 성별, 젠더 등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논의한다. 마지막 3부는 지식, 진실, 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들을 다뤘다.

책의 원제는 <불결하고, 잔인하고, 짧은>이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유명한 토머스 홉스가 자연 상태를 묘사하며 쓴 표현에서 따왔다. 도화지처럼 새하얀 아이들이 마치 자연 상태에 놓인 것 같다는 뜻으로 제목을 지었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용감하지만, 어른들은 신중하고 폐쇄적이다. (철학자가 되려면) 어린아이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왜?'라고 질문하는 아이들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고 말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