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서 호흡기질환 대유행 조짐…보건당국 '초긴장'
겨울에 접어드는 남미 칠레에서 호흡기 세포융합(RS)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하면서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병상 부족으로 영유아가 숨지는 사례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칠레 보건부는 14일(현지시간) 언론 설명자료와 공식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학교 시설을 비롯한 밀폐 공간에서 어린이(5살 이상)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칠레 정부가 공중보건 비상 조처의 하나로 오는 8월 31일까지 시행하기로 한 이번 정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감소에 맞춰 2022년 10월 해제된 이후 8개월 만에 재도입된 것이다.

시메나 아길레라 칠레 보건부 장관은 이날 산티아고 수도권 내 대형 소아병원인 에세키엘 곤살레스 코르테스 병원을 찾아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보호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최근 몇 년 새 칠레에서는 가을·겨울철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올해는 "RS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하고, 그 중증도 역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칠레 보건부의 판단이다.

실제 최근 몇 주 새 칠레에서는 폐렴과 급성 기관지염 등으로 병원을 찾는 영유아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날 기준으로 병상수를 기존 738개에서 1천270개로 늘리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병상 가동률은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칠레 보건부에서 발행하는 호흡기 질환 일일 보고서를 보면 이날 기준 전국 소아병동 병상 가동률은 92.1%에 달한다. 소아병동을 운영하는 29개 병원 중 11곳의 병상은 100% 운용 중인 것으로 보건부는 파악했다.

최근에는 일부 영유아 환자가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한 채 대기하다 숨지는 일까지 일어났다.

지난 6일 발파라이소의 한 주민은 심각한 폐렴 증세를 보이는 생후 3개월 아이를 병원에 급히 데려갔지만, '병상이 없어 1천200㎞ 떨어진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선택을 내리지 못한 채 기다리다가 비극을 접해야 했다고 라테르세라 등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달 초에도 생후 2개월 아기가 폐렴으로 숨지는 등 지난달 말부터 6명의 미성년자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보건정책 실패를 성토하는 국민적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전날 보건부 차관을 페르난도 아라오스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오스발도 살가도 세페다로 경질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