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공장 운영하며 평생 모은 돈 기부한 한종섭 여사
고대의료원, 옥외정원에 '한종섭 정원' 만들어 기념
"아픈 이들 없도록"…90세 할머니 고대병원에 10억원 쾌척(종합)
실공장을 운영하며 한 평생 재산을 모은 90대 노인이 고려대 병원에 아픈 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쾌척했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은 병원 측에 10억여 원을 기부한 한종섭(90) 여사의 뜻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9일 고대안암병원 옥외정원에서 '한종섭 정원' 명명식을 가졌다고 14일 밝혔다.

고대의료원에 따르면 한 여사는 한국전쟁으로 가족을 여의고 18세 나이에 월남한 후 고려대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서울 용두동에서 남편과 실공장을 운영하며 평생 성실히 모은 돈으로 지난 2021년부터 총 10억65만원을 기부했다.

한 여사는 고대의료원을 통해 "예전에 고대생들이 학생운동하던 시절에는 우리 집으로 도망도 많이 왔었다"며 동네에서 오랫동안 주민으로서 고려대와 함께한 애정과 친근감으로 기부를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최근 몇 년 새 고대병원이 크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의학 발전에 더욱 더 힘써달라는 의미에서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한 여사는 "본인이 돈 가지고 있어 봐야 뭐하나.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니고, 기부를 통해 한종섭 정원같이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이름을 남기는게 훨씬 의미있다"고 말했다고 의료원은 전했다.

고대의료원은 "한 여사는 거주 중인 성북구의 주택도 사후 의료원에 기부하기로 약정하는 등 아낌없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며 "고려대의료원은 안암병원 본관 앞 정원을 '한종섭 정원'으로 명명해 한 여사의 뜻을 영원히 기억하고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여사는 명명식에서 "일평생 일궈온 노력의 결과를 뜻깊은 곳에 전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더욱 빨리 왔으면 한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 여사를 비롯해 윤을식 고려대학교 의무부총장, 한승범 안암병원장 등이 참석했다.

윤 의무부총장은 "한 여사의 순수하고 올곧은 정신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줬다.

'한종섭 정원'은 많은 교직원과 내원객들이 여사님의 마음을 느끼는 공간으로 영원히 사랑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픈 이들 없도록"…90세 할머니 고대병원에 10억원 쾌척(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