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공황을 딛고 살아내는 이야기…'3923일의 생존 기록'
2012년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김지수 씨는 2015년 택시 안에서 처음 공황 발작을 겪었다.

호흡 곤란에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아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전화했지만 입에선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119구급대에 실려 응급실에 다녀온 이후 그의 가방엔 비닐봉지와 진정제, 물통 등이 필수품이 됐다.

공황장애가 오면 전철이든 길바닥이든 주저앉았고 숨 막히는 증상을 가라앉히려면 비닐봉지를 입에 대고 불어야 했다.

공황장애는 막 몰아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치는 한 여름 소나기 같았다.

김씨는 얼마 전까지 보도전문 채널의 보건의료 전문 기자였다.

진단 이후 자기 관리를 더욱 철저히 했고 투병을 계기로 깨달은 정신 질환 치료의 중요성, 자살 예방 관련 보도를 하는 데도 힘썼다.

그런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자살예방협회 생명사랑대상을 받았고 공익 광고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3년에 한 번꼴로 휴가를 내고 정신과병동에 입원하면서 지난 10년간 투병이 삶의 중심축이 됐고 최근 회사를 퇴사하고 전업 작가로 나섰다.

김씨가 처음 출간한 책 '3923일의 생존 기록'은 처음 병을 진단받았을 때부터 책을 퇴고할 때까지의 기간이다.

10년하고 9개월은 우울증과 공황, 불안이 뒤흔드는 삶 속에서 감정 조절이 어려워 죽고 싶다는 생각과 싸워 이겨낸 시간이기도 하다.

우울증은 그가 가장 높이 비상했을 때 찾아왔다고 한다.

어려웠던 대학 시절을 거쳐 조금 늦게 기자가 됐던 그는 보건의료 분야 전문성을 특화해 이직에도 성공했지만 온 힘을 다해 관리하는데도 병이 재발했다.

신속성과 정확성이 기본인 취재현장은 긴장의 연속이었고 결국 그는 임계치에 다다랐다.

이때 저자가 의지한 건 책이었다.

그는 "전문기자 자리에서 내려왔을 때 절망에 빠지지 않았던 것도 책 덕분"이라며 "누군가의 글, 진실한 한 문장이 다시 일어설 용기와 힘을 줬다"고 돌아봤다.

누군가 고통을 딛고 써 내려간 글이 위로를 안기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과 행복이 병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놓았다.

"병도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 나를 힘들게 하지만 더욱 성숙시키고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책에는 저자가 우울, 공황, 불안을 딛고 일상으로 회복하는 과정뿐 아니라 보건의료 분야를 10여년 간 취재하며 목격한 생사와 경계에 선 이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겼다.

저자는 "나의 경험을 통해 삶에 의욕을 잃었거나 마음의 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가족이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으면 좋겠다"고 했다.

담다.

25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