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인권위 보고서…파야·세페로, 석연찮은 교통사고로 숨져
"11년전 쿠바 반체제 인사 사망, 카스트로 정권 관여"
미국 주도로 만든 미주기구(OAS·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의 미주인권위원회(IACHR·In-American Commission on Human Rights)는 2012년 사망한 쿠바 반체제 인사 사망에 라울 카스트로 당시 정권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13일(현지시간) IACHR 홈페이지에 게시된 관련 보고서를 보면 2012년 6월 22일 그란마주 바야모에서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숨진 쿠바 인권운동가이자 야당 정치인 오스왈도 파야와 아롤드 세페로는 사망 전 다양한 형태의 위협과 살인 협박에 시달렸다.

쿠바 사법당국은 사고 당시 살아남은 차량 운전자 앙헬 카로메로에 대해서만 난폭운전 등을 이유로 유죄를 판결했는데, IACHR는 쿠바 정부요원이 두 사람의 석연찮은 사망에 연루돼 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IACHR는 보고서에서 "사고 차량은 관용차에 치였다는 카로메로의 증언이 있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목격자 진술도 있다"며 "그런데도 관련 정황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고, 거꾸로 반대 증거가 나오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조사 과정에서 심각한 부정행위와 사실관계 누락이 자행됐다는 설명이다.

파야 유족이 부검 결과 문서에 접근할 수 없었던 점, 카로메로에게 변호인 선임 권리를 박탈하고 유죄 판결에 대해 항소를 허용하지 않은 것, 현장 검증을 밟지 않고 내린 수사 종결 판단 등도 쿠바 정권의 부당한 개입 사례로 제시됐다.

IACHR는 "카로메로는 비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자백을 강요당했다"며 "(쿠바 정권은) 파야와 세페로 유족의 거주권과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며 강제 출국하게 한 사실도 있다"고 부연했다.

라울 카스트로 정권하에서 폭넓은 인권 운동을 주도한 두 사람은 사망 직후 그간 정확한 사고 경위가 알려진 바 없었다.

이 때문에 그간 국내·외 인권 단체와 유족들은 쿠바 정보당국에 의해 타살됐다는 주장을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1948년 미주기구 창설 멤버였던 쿠바는 냉전 시대였던 1962년 공산주의 이념을 문제 삼은 일부 회원국 주도로 가입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에 대해 쿠바 지도자였던 피델·라울 카스트로 형제는 미주기구를 "미국 제국주의 지배 도구"라고 낙인찍으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