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라면 체중감량 노력 필수…스스로 개선 어렵다면 약물·수술치료 받아야"
[김길원의 헬스노트] "비만 지속 땐 4년만에 암 걸릴 수도…방치해선 안 돼"
대장암은 국내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암이다.

현재 전체 암 중에서 발생률 3위, 사망률 3위에 해당한다.

국내 대장암의 특징 중 하나는 20∼40대 젊은 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 20~49세의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중 1위였다.

이는 호주(11.2명), 미국(10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런 대장암에는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이 중에서도 서구형으로의 식생활 변화에 따른 비만의 영향이 큰 편이다.

최근에는 짧은 기간의 체중 변화가 국내 대장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도 제시됐다.

1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서지연·양선영 교수와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5년과 2009년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385만8천228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만으로의 체중 변화가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대장암 발생률은 1.24%(4만7천894명)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4년간의 체질량지수(BMI) 변화에 따라 지속해서 비만이 아닌 그룹, 비만이었다가 정상 체중이 된 그룹, 정상 체중이었다가 비만이 된 그룹, 지속해서 비만인 그룹으로 나눠 대장암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이 결과 지속해서 비만인 그룹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지속해서 비만이 아닌 그룹에 견줘 8%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정상 체중이었다가 비만이 된 그룹과 비만이었다가 정상 체중이 된 그룹의 대장암 위험도 같은 비교 조건에서 각각 2%, 4%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4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비만이 대장암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속적인 비만 그룹의 경우 성별에 따른 대장암 발병 위험이 남성 13%, 여성 4%로 큰 차이를 보였다.

비만이 남성에서 대장암 발병에 더욱더 치명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지연·양선영 교수는 "지속적인 비만이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대규모 역학 연구로 확인한 데 의미가 크다"면서 "비만의 예방도 중요하지만, 이미 비만한 경우라면 체중을 감량하는 게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스로의 식생활 습관 교정으로 비만을 개선할 수 없다면 병원 진료를 통해 체계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실제 비만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보면, 비만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1만4천966명에서 2021년 3만17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또 이 기간에 비만 치료를 이유로 입원한 환자 비중도 전체 진료 환자의 약 5%를 차지했다.

비만 치료법으로는 식이요법과 운동 등을 통한 생활 습관 개선 치료, 약물치료, 수술치료 등이 있지만 비만의 정도 및 동반 질환 등을 확인하고 개별적인 맞춤형 목표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비만클리닉 이혜준 교수는 "비만 치료를 시작할 때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춰 체중 감량 목표를 세우고 식이요법, 운동요법, 행동치료를 시행하면서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길원의 헬스노트] "비만 지속 땐 4년만에 암 걸릴 수도…방치해선 안 돼"
최근에는 비만 치료에 쓸 수 있는 약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이 교수는 "큐시미아(Qsymia, Phentermine/Topiramate)와 삭센다(Saxenda, Liraglutide) 외에 콘트라브(Contrave, Bupropion/Naltrexone), 제니칼(Xenical, Orlistat) 등의 약물이 비만 치료에 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약물의 부작용은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큐시미아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함으로써 식사량을 줄이는데, 현재까지 나온 약 중 체중감소 효과는 가장 크지만, 입 마름과 수면장애, 기분장애, 감각 이상 등의 부작용이 있다"면서 "삭센다의 경우도 1일 1회 피하주사를 통해 음식물의 위 배출 시간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증가시키지만, 구역과 구토, 변비 같은 소화기계 증상이 부작용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는 상부 소화기관의 운동 저하로 포만감을 유발하고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위고비(Wegovy, Semaglutide), 마운자로(Maunjaro, Tirzepatide) 등의 약물이 새로 처방 중이다.

이르면 올해 후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국내에도 출시될 전망이다.

만약 체질량지수(BMI, ㎏/㎡)가 35 이상이거나, 30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질환을 동반한 경우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위소매절제술, 루와이위우회술, 조절형위밴드술 등의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중앙대병원 외과 김종원 교수는 "고도비만으로 진단된 환자의 경우 식이요법과 약물요법에 의한 고도비만의 치료에 조금이라도 반응하는 비율은 3% 미만에 불과한 만큼 수술이 가장 확실하고 치료법"이라며 "고도비만 환자가 수술 치료를 받으면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에 의한 사망률을 각각 92%, 59%, 6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