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사이 국내 대표 기술기업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실적과 성장성의 차이가 엇갈린 주가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힘 못쓰는 韓 기술주…카카오 2년새 60% 하락
카카오 주가는 2년 사이(2021년 6월 14일~2023년 6월 13일) 60.42% 하락했다. 2년 전 14만2500원이던 주가는 13일 기준 5만6400원까지 떨어졌다.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의 성장성을 믿고 장기 투자했다면 원금의 반도 건지지 못하게 된 셈이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38만7000원에서 20만1000원으로 48.06% 떨어졌다. 이 기간 애플은 40.86%, 테슬라는 21.3% 올랐다. 엔비디아는 119.11% 상승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한·미 양국 모두 좋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 빅테크 기업은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0년 4559억원에서 지난해 5803억원으로 27.28% 증가했다. 네이버는 같은 기간 1조2153억원에서 1조3047억원으로 21.8% 늘었다.

같은 기간 애플은 80.18%(662억8800만달러→1194억3700만달러), 테슬라는 601.79%(19억5100만달러→136억9200만달러), 엔비디아는 76.2%(121억4300만달러→213억9700만달러)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출 대부분이 국내에서 나오지만 해외 빅테크는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적 증가율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라면 주가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기반의 국내 빅테크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예상되며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년 전 8만500원이던 삼성전자는 올초 5만원대로 떨어졌다가 이날 7만2000원까지 올랐다. SK하이닉스도 11만9500원까지 상승해 2년 전 가격인 12만7500원을 거의 회복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