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름 신효순·심미선 양이 주한미군의 궤도차량에 치여 숨진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의 한적한 마을 도로.
21년이 지난 13일 오전 사고 현장 인근의 효순미선추모공원에서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르포] 효순·미선 21주기 추모제…인근 훈련장에선 대포 소리 '펑펑'
두 소녀가 살았던 마을 어귀에서 사고 현장까지 추모객이 행진하면서 추모제가 시작됐다.

사고 지점에서 잠시 멈춰 선 참가자들은 들고 있던 국화꽃을 내려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희헌 효순미선평화공원사업위원회 대표는 "다음 달이면 정전협정 70주년이 된다"며 "효순과 미선이는 우리의 비극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닌, 미래에 자주 평화와 꿈을 펼 수 있게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추모제에서는 미국 평화재향군인회의 연대 의사도 공개됐다.

미국 장로교회 커트 에슬링거 한국 선교 목사가 참석해 미국 평화재향군인회의 연대 인사를 낭독했다.

[르포] 효순·미선 21주기 추모제…인근 훈련장에선 대포 소리 '펑펑'
효순·미선양이 숨진 뒤 21년 세월 동안 이곳의 모습도 달라졌다.

차도만 있었던 사고 지점에는 붉은 타일이 깔린 1.5m 폭의 인도가 생겼고, 그 앞에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덤프트럭 30km 이하 절대 서행'이란 현수막도 걸렸다.

하지만 추모제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인근 사격장에서 울려 퍼지는 자주포 포격 소리는 아직도 엄혹한 한반도의 현실을 보여줬다.

송전탑 뒤편에서 '펑펑' 대포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참석자들은 움찔움찔했다.

[르포] 효순·미선 21주기 추모제…인근 훈련장에선 대포 소리 '펑펑'
한 참석자는 "21년 전에도 무건리 훈련장에서 이동하던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고가 났다"며 "효순이와 미선이를 추모하는 날에도 훈련이 계속되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걸어온 길을 덤프트럭과 탱크를 실은 군용 차량이 여전히 빠르게 지나갔다.

인도에 설치된 일부 안전 울타리는 부서져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르포] 효순·미선 21주기 추모제…인근 훈련장에선 대포 소리 '펑펑'
4년 뒤에는 효순미선평화공원 바로 옆에 미선효순기록관(가칭)도 세워진다.

효순미선평화공원사업위원회는 지난해 기록관 건립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이날 부지를 공개했다.

기록관은 고 김판태 군산평통사 대표의 뜻에 따라 유족이 기부한 돈으로 마련한 655㎡(200평) 땅에 2026년 공사를 시작해 2027년 완공된다.

[르포] 효순·미선 21주기 추모제…인근 훈련장에선 대포 소리 '펑펑'
참석자들은 기록관 건립 의지를 담아 해당 부지를 돌아보며 전체 합창과 헌화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효순·미선 양은 2002년 6월 13일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국도에서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던 주한미군 궤도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차량을 운전한 미군 병사가 무죄 판결을 받자 국민이 공분해 전국적인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