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에서 찾은 창의성의 근원…신간 '진화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바흐의 '마태 수난곡'…….
모두 천재의 편린을 엿볼 수 있는 거장들의 대표작이다.

이렇게 창의성이 풍부한 천재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발명왕 에디슨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을 꼽았다.

여기서 그가 방점을 둔 것은 99%의 노력보단 1%의 영감이었다.

그러나 '영감'이란 단어는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천재의 특징을 명료화하기에는 불분명하다.

세계 최고급 두뇌를 자랑하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지능지수(IQ)를 관찰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IQ가 300에 이른다"는 수학자 폰 노이만도 있지만 수상자들 상당수가 120 내외다.

일부 세계적인 예술가 중에서는 IQ가 80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창의성과 IQ를 연결 짓기도 곤란하다.

그렇다면 창의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일본의 작가 겸 디자인 전략가 다치카와 에이스케는 생물의 진화 방식을 차용해 창의성을 시스템적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정리한 생각법인 '진화사고'가 창의성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진화사고란 '변이'와 '선택'을 반복함으로써 누구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생각 시스템을 말한다.

진화론에서 찾은 창의성의 근원…신간 '진화사고'
그가 쓴 '진화사고'(흐름출판)에 따르면 진화론의 두 축은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다.

이 두 과정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유전적인 변형과 변화를 초래한다.

저자는 역사를 바꾼 발명과 혁신도 기존의 판을 깨는 '돌연변이 같은 생각'과 현실의 필요에 따른 '선택'이 합쳐져 축적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가령, 시대의 필요에 따라 비행기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라이트형제지만, 그 원리를 처음 구상한 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또한 1896년 시험 비행 중 사망한 오토 릴리엔탈이 새의 비행 원리를 차용해 글라이더를 만들지 않았다면 라이트형제의 발명은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많은 발명품이 이처럼 세월을 두고 여러 사람의 독특한 생각이 덧대어지면서 세상에 나왔다.

저작권자를 알 수 없는 연필, 젓가락, 자물쇠, 의자도 그런 과정을 거쳐 발명됐다.

창조성이란 이처럼 돌연변이 같은 아이디어가 축적되고, 여기에 필요에 따른 '선택'이 결합하면서 나온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한마디로 천재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창의성을 발달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비상식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증식', 원하는 상황을 모방하는 것을 뼈대로 한 '의태', 틀과 판을 바꾸는 걸 말하는 '교환' 등 9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더불어 예측, 해부, 생태, 계통 등 4가지 생각 관점도 제시한다.

저자는 "창조성은 우리가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이자 우리 모두가 지닌 본연의 힘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신희라 옮김. 52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