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서 강간살인미수 유죄…신상공개 선고
유튜버가 신상 공개해 '사적제재' 논란도…"재범 가능성 높으면 신상 공개 해야"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의 신상정보 공개를 두고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여성 상대 강력범죄 가해자에 대한 신상 공개 확대 방안을 추진할 것을 지시하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비슷한 사례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논란이나 소모적 논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문제점을 짚고 법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통령도 나선 '신상 공개 확대' 논란…"제도 미비점 보완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 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는 이날 이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A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 공개,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 이르러 검찰이 강간살인미수를 적용하면서 더욱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성범죄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로 A씨의 신상정보를 정보통신망에 공개하는 선고로 일단 2심이 마무리됐다.

이 형이 확정되면 A씨의 신상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공개될 전망이다.

이렇듯 A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가능성은 열렸으나,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때 역시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가 이뤄지리라고는 장담하지 못한다.

우선 A씨처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일 경우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 이름,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

아울러 국민의 알권리와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니어야 한다는 등의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 또한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A씨의 범죄 사실만 놓고 보면, A씨는 당연히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될 것으로 여겨지지만, 수사 단계에 있는 '피의자' 신분이 아니라 재판받는 있는 '피고인' 신분인 A씨는 이들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대통령도 나선 '신상 공개 확대' 논란…"제도 미비점 보완해야"
특강법이나 성폭법 모두 신상정보 공개와 관련, 피고인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수사기관인 검찰이 A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적 미비로 인해 피의자의 신원은 공개할 수 있는데, 피고인의 신원을 공개하지 못하는 게 적합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법적 미비를 빨리 정리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원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거나 성폭법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 정보통신망에 신상을 공개토록 하는 명령을 판결과 동시에 선고할 수 있다.

이 외에는 신상정보 공개가 불가능하다.

법원 단계에서는 성범죄자를 제외하면,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고 해도 신상정보를 공개할 가능성이 아예 닫혀 있는 셈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씨에게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더라면, 살인미수로만 재판을 받은 A씨에 대한 신상 공개는 영원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신상정보 공개 기준이 모호한 탓에 아무런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소위 '사적제재'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지난 2일 채널에 A씨의 사진과 이름, 직업 등을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

이어 김민석 서울시 강서구의회 의원이 9일 A씨의 신상정보를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제도적 미비점을 확실히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는 나이가 젊어 가까운 미래에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며 "머그샷과 같은 사진을 공개하지 않으면 또 다른 범죄 피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시민들 사이에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살인죄라든가 정부가 밝힌 것처럼 여성 상대 범죄 중 죄질이 나쁜 경우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나머지 모호한 부분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바꾸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신상정보 공개 반대 측의 주요 논리는 피의자의 인권과 무죄추정 원칙인데, 피해자 인권과의 균형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신상정보 공개는 범죄 잔혹성을 따지기 전에 재범 방지라는 본 목적에 맞춰서 해야 한다"며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같이 출소 후 재범 가능성이 높다면 신상정보 공개 대상에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도 나선 '신상 공개 확대' 논란…"제도 미비점 보완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