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 간부, 해외에 법인 설립 뒤 삼성 인력 200여명 빼내
'두배 이상 연봉' 등 제시…"삼성반도체 자료 적극 수집·사용" 지시

"삼성전자 반도체 자료 있으면 적극적으로 수집해 사용하라."
삼성전자 상무 출신이자 국내 반도체 분야 최고 전문가인 A(65) 씨는 2015년 7월 싱가포르에 반도체 제조업체 B사를 설립한다.

중국에 삼성 반도체 '복제공장' 세우려 했다…자료 유출 어떻게?
이후 2018년 대만 C 회사로부터 약 8조원의 투자 약정을 받고, 2020년엔 청두시로부터 4천6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다.

A씨는 이 같은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굴지의 반도체 기업의 핵심 인력 200여명을 B사로 영입했다.

이들에게 기존 연봉의 최소 두배 이상의 연봉을 제시했고, 가족들이 중국으로 이주 시 자녀들의 국제학교 비용 등 높은 수준의 복지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이들 반도체 핵심 인력을 동원해 중국 지방정부의 투자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그대로 본뜬 복제공장을 설립하려고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경 A씨가 중국 시안에 소재한 삼성전자 시안 공장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에 복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설계 과정에서 B사 임직원들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자료를 사용하라"고 적극적으로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같은 지시를 받은 삼성전자 출신인 B사 팀장 D씨는, 2012년 삼성전자에서 퇴사할 때 불법으로 소지한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불순물이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술)' 자료를 B사가 활용할 수 있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은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의 협력사인 감리회사 직원 E씨가 유출해 A씨가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8대 공정의 배치, 면적 등 정보가 기재된 공정 배치도의 유출 경위는 현재 추가 수사 중이다.

중국에 삼성 반도체 '복제공장' 세우려 했다…자료 유출 어떻게?
A씨 등이 불법 유출·부정 취득 및 부정 사용한 BED와 공정 배치도는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로 지정된 반도체 분야 11개 기술 중 '30나노 이하급 D램 및 낸드플래시를 제조하는 반도체의 공정 관련 기술'에 해당한다.

다행히 A씨 등이 시도한 삼성전자 반도체 복제공장이 중국에 설립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설계도면 등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사실은 확인됐다.

검찰이 추산한 삼성전자 피해액은 ▲ BED 기술 개발 비용 최소 124억원 ▲ 최적의 공정배치도 도출 비용 최소 1천360억원 ▲ 설계도면 작성 비용 최소 1천428억원 등 최소 3천억원이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30년 넘는 기간 시행착오와 연구개발을 통해 얻은 영업기밀인 만큼 최대 수조 원 상당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12일 A씨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등)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D씨 등 공범 6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등)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