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장 큰 피해 포항·경주, 하천 복구공사 지난달에 시작
다른 지자체도 우기 대비 배수로 정비 '분주'
"태풍 피해 복구도 덜 됐는데"…코앞 다가온 장마에 '전전긍긍'
"아직도 바닥에서 습기가 계속 올라옵니다.

이게 언제 해결될지 모르겠습니다.

"
최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에서 만난 김기화(82·여)씨는 태풍 피해가 다 해결됐느냐는 질문에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빌라 1층에 있는 김씨의 집은 지난해 9월 닥친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났다.

이 때문에 가재도구와 가전제품이 못쓰게 돼 교체해야 했다.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태풍이 지나간 지 9개월이 다 되도록 김씨 집은 아직 습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

태풍 힌남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포항에서는 김씨처럼 태풍 피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시민이 많다.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당시 포항·경주 지역 등 도심 저지대 주택 5천105세대, 소상공인 1만42개 업체가 침수 피해를 봤다.

농경지 338.6ha가 유실·매몰되고 농작물 5만2천524.3ha가 침수됐다.

하천·소하천 472건, 도로·교량 155건, 어항·항만 119건, 산사태 96건 등 공공시설 1천706곳의 피해도 나왔다.

문제는 이달 하순부터 본격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국지성 호우에 따른 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포항을 비롯해 태풍 피해가 난 지역은 여전히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큰 피해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태풍 피해 복구도 덜 됐는데"…코앞 다가온 장마에 '전전긍긍'
경북도는 지난달 말에 포항과 경주 지방하천 재해복구공사에 착수했다.

제방 유실, 교량 붕괴 등 피해가 큰 14개 하천(복구액 2천859억원)에 대한 항구적 개선복구사업은 도가 직접 추진하고, 피해 정도가 상대적으로 작은 19개 하천(복구액 213억원) 기능복원사업은 건설사업소와 포항시·경주시가 분담한다.

복구공사에 걸리는 시간은 약 2년이다.

이 때문에 당장 올해 장마와 태풍에 따른 피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도와 포항시 등은 우선 하천에 쌓인 흙과 모래를 퍼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태풍 피해에 늘 노출된 제주도는 엘니뇨를 포함한 이상기후로 인한 극한 강우에 대비해 여름철 자연재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대책 추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도는 기존에 관리하는 인명피해 우려지역 89곳 이외에 피해가 우려되는 반지하 밀집시설(9개소), 취약경사지 태양광(73개소)과 같은 유형을 신규 조사했다.

지하주차장, 반지하 등 지하공간 침수우려 주택에 대해서는 우수 유입 가능 여부를 현장 점검해 침수 방지시설 지원 안내 등 지하공간 침수 예방대책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도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양수기 등 침수방재용 장비(1천246대)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수방자재(12만1천337점) 및 구호물자(3천87점) 사전 비축, 이재민 임시주거시설(167개소) 점검, 군부대, 도내 지역자율방재단, 민간협회 등 민·관 합동 인력 및 장비 응원체계를 구축했다.

충북에서는 지난해 8월 8∼20일 집중호우로 청주·충주·제천·괴산 지역 공공시설 77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이들 공공시설은 대부분 하천으로, 지난달 말 기준 45곳이 개선복구를 완료했다.

도는 7월 중에는 복구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도는 돌발상황이 생겨 장마철 전까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생기면 피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퇴적토 준설, 주요구조물 및 취약구간 우선시공, 하천 내 임시구조물 철거 등에 나서는 한편 수시로 점검·조치를 할 방침이다.

전북도는 지난달 말 내린 때 이른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 복구에 한창이다.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28∼29일 익산과 완주, 군산지역에 평균 2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려 농경지 170.2㏊와 시설 하우스 19.8㏊가 침수됐다.

도는 오는 8월 새만금에서 열리는 세계 잼버리대회를 앞두고 배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태풍 피해 복구도 덜 됐는데"…코앞 다가온 장마에 '전전긍긍'
강원은 올봄 산불 피해가 발생한 강릉지역에서 장마철 토사 유실 등의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사면 안정화를 위한 산지사방을 이달 말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도는 강릉 산불 피해 지역에서 여름철 산사태가 발생하는 것에 대비해 민가 주변의 산림을 대상으로 긴급 벌채하고, 토사가 유실되지 않도록 산지사방을 진행하고 있다.

또 산사태 예방을 위한 계류 보전 사업에 41억원을 투자해 6월 말까지 23곳 25㎞를 정비한다.

전남도는 장마와 태풍 등 풍수해 예방을 위해 재해위험지역 45곳에 959억원, 지방하천 74곳에 1천115억원을 투입해 정비 사업을 했다.

또한 10억원을 들여 하천 퇴적토를 준설했고 풍수해 취약지인 116곳에 침수 방지시설을 설치했다.

도는 본격적인 장마와 태풍 시기가 다가오면 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해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본 해안가 인근 상가와 도로 복구를 대부분 마친 상태다.

특히 월파로 인해 해안도로가 부서지고 상가가 파손되는 등 큰 피해를 본 서구 송도도 이달까지 복구를 모두 마칠 계획이다.

시는 호우·태풍에 대응하기 위해 침수 위험 정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인 '도시침수 통합정보시스템'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범 운영한다.

또 맨홀 추락 방지용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반지하 주택 등 재해취약지역에 대해서는 침수방지 시설(물막이판) 설치를 지원해 기존 정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인천시, 대전시, 울산시, 충남도, 경기도 등도 집중호우 대비 비상근무체계를 운영하고 공사장이나 배수펌프를 점검하고 배수로를 정비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태풍 피해가 컸던 포항과 경주에는 호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장마철 전에 응급조치를 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민재 이해용 전승현 전창해 정경재 고성식 박성제 김도윤 김소연 김용태 손대성 기자)
"태풍 피해 복구도 덜 됐는데"…코앞 다가온 장마에 '전전긍긍'
/연합뉴스